노동자의 투쟁을 비롯한 국민들의 정치적 저항 중 상당부분이 대테러센터의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언제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받은 적이 있었던가. '사회불안세력'이요 '국가전복세력'이라는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대테러활동이라는 미명하에 국정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그 공격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음지에서 양지의 권력을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음모가 꿈틀거리고 있다. 남북협력시대에 설자리를 잃어 가는 공안권력이 새롭게 열린 '테러의 시대'를 움켜잡은 것이다.

그들은 올해 최대의 화두가 됐다는 '테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하여 졸속으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12일 국정원은 '테러방지법안'을 입법예고하며 불과 10일간의 입법예고기간을 두었을 뿐이며 차관회의·당정협의·국무회의 의결을 일사천리로 거쳤다. 공청회 등 형식적으로나마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각종 민생법안이 정체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쾌속질주가 아닐 수 없다. 이 짧은 기간동안 세 번씩이나 법안을 손질했지만 국정원의 대테러업무 장악과 수사권 확대라는 본질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사찰활동, 군병력에 대한 경찰권 부여, 무제한의 감청 등 인권유린의 위험성은 상당하며 위헌적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테러활동의 권한이 집중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안전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테러 관련 최고기관인 국가대테러대책회의와 상임위원회의 일원이다. 뿐만 아니라 대테러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에 두고 그 조직을 국정원장이 정하게 되어있고 그 조직과 정원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국정원이 주도하게 될 대테러활동에는 테러사건 수사가 포함되어 있다. 대테러센터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어떤 조직이던가. 지난 1961년 중앙정보부로 창설된 이래 안기부를 거치면서 줄곧 단순한 정보기관이 아닌 '음지의 권력기관'으로 행세해왔다. 국가정보기관으로선 이례적으로 국내 정보 수집권에 보안수사권까지 함께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권리를 남용하여 국내정치에 개입함으로써 각종 불법을 자행하였고, 특히 그 수사권을 남용하여 불법체포·감금·고문 등의 인권유린행위를 저질러 온 조직이다.

테러방지법의 모호한 테러개념은 국정원의 권력 '남용'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테러방지법안이 정의하고 있는 테러개념은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대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이다. 모호하기 짝이 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안이다. 모호한 규정은 수사기관의 재량의 확대를 부를 것이요, 노동자의 투쟁을 비롯한 국민들의 정치적 저항 중 상당부분이 대테러센터의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언제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받은 적이 있었던가. '사회불안세력'이요 '국가전복세력'이라는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대테러활동이라는 미명하에 국정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그 공격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중앙집권화된 경찰력과 테러대응기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의 정보력은 지나치리만큼 강하며 군대와 다름없는 전투경찰대와 대테러특수부대들이 존재한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법을 만들 까닭은 없으며 국정원이 나서서 대테러조직을 장악하고 지휘해야 할 까닭도 없다. 테러방지법이 물씬 풍기는 냄새는 국정원의 야욕이며, 그것이 국민에게 끼치는 위협은 테러만큼 심각하다. 국정원은 테러 대책을 빌미로 한 권력 부활 야욕을 버리고 테러방지법 제정 기도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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