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기라고 다 똑같은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
직장 내에서 대충 일하고 놀자는 생각을 가진 ‘적당주의자’ 들이 갈수록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뛰는 ‘성실파’ 와 이들을 차별해 대우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위가 낮더라도 업적이 우수하면 고참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주자는 것이다.

KOTRA는 과장 15년차 급여가 보너스 등을 포함해 연간 3500만원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기직원간에도 급여격차가 적게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벌어지게 됐다. 지난달 국내 공기업최초로 전직원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제도는 일체의 수당을 폐지, 기본 연봉과 성과 연봉의 2가지로 단순화한 뒤 업적과 능력에 따라 등급을 차등조정하는 시스템이다. KOTRA의 한 직원은 “이전에는 수출과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일해도 적당히 일하는 직원과 급여차이가 없어 동기유발이 안 됐다”면서 “이제 대충 일하다가는 생계비 걱정까지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효성에는 ‘최고 성과에 최고 보상을 한다’ 는 원칙이 있다. 성과급과 인센티브, 각종 포상제도를 통해 모든 임직원이 능력에따라 공정한 대우를 받게 하자는 것. 효성의 평가는 사업부(PU·Performance Unit) 평가, 팀평가, 개인평가로 이뤄지고 각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을 경우 1300%의 보너스를 받는다. 반대로모두 하위등급인 E를 받으면 400%에 그쳐 그 차이가 무려 900%나 된다. 당연히 성과가 뛰어난 부장이 임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거나 사원이 상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의 임지영대리는 “평소 업무로는 성과를 평가받지 못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하고 팀성과를 위해 개인플레이보다는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양사도 ‘노력한 만큼 보상한다’ 는 원칙하에 미국계 컨설팅사인 타워스페린에 용역을 의뢰, 내년 3월부터 급여제도를 직급중심에서 직무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제일모직은 팀별로 이익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 이익분 중에서 일정 금액을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 역시 업무관련 지식을 숙련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 평가하고 이를 연말 성과급 지급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지식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중심의 경영문화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런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은‘평가에 대한 불신감’ 이다.

최근 손해보험협회 이동우 팀장이 생명·손해보험 33개사의 인사부장을 대상으로 ‘성과주의제 도입실태’ 를 조사한 결과에서도이런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50%가 ‘평가에 대한 불신감 확대’ 를꼽았고 이어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 (23.1%), ‘고용에 대한불안’ (11.5%), ‘직원 사이의 지나친 경쟁의식’(3.8%)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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