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미국 기업의 노동자들이 노후대책으로 적립하고 있는 기업연금펀드에편입된 자사주 때문에 큰 손실을 보고도 처분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 피해 막심한 노동자들=많은 미국인들은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엔론이파산할 경우 주주들이 입을 피해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이기업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지적했다. 엔론의주가가 폭락하면서 이 회사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기업연금펀드의 손실률이 급등한데다 회사 쪽이 기업연금펀드의 자사주를 가입자들의 나이가 50살이 될 때까지처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연금펀드에 편입된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고 있는 회사는 엔론만이 아니다. 기업연금 투자자문사인 휴이트어소시에이츠가 기업연금제(401k)를 채택하고 있는대기업 215개를 조사한 결과 코카콜라 등 183개(85%) 기업이 기업연금펀드에편입된 자사주를 50살 이전에서는 처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노동자들은 처분제한 때문에 올해 들어서만 평균 20~30% 손실을봤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엔론의 노동자 1만7천여명은 자사주의 주가가 올해초80달러선에서 29일 36센트로 폭락하는 바람에 99% 이상의 손실을 봤다. 통신업체인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인터내셔널의 노동자들도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48달러선에서 12달러선으로 떨어져 70% 이상을 날렸다.

미국 기업들은 기업연금펀드의 자사주 편입을 종용하거나 상여금 등을 주식으로주면서 경영권과 주가 보호를 위해 처분을 제한하고 있다.

◇ 경영진은 예외=노동자들의 노후가 자사주 하락으로 위협받고 있는 동안에도경영자들은 주가 하락기에 자사주를 처분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막대한 차익을챙기고 있다. 퀘스트의 최고경영자 조지프 나치오는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1~5월 사이에 8900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퀘스트이사들이 이때 처분한 주식만도 1억720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들은올해의 주식가치 손실을 17%로 줄였다.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전 최고경영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에너지기업정책으로 주가가 급등한 올해 초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5천만달러가 넘는 거금을챙겼다. 이에 분노한 엔론의 노동자들은 자사주 처분제한의 부당성을 법정에호소하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른 10여개 기업의 노동자들도 이런 소송을 제기한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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