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1. 세계화로 인해 노동 형제자매들의 삶이 극도로 피해해지는 상황에서 국제노동운동도 신세기를 맞아 나름대로 새로운 국면전환과 진로모색을 시도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자유노련(ICFTU)을 중심으로 '새천년 전망(Millennium Review)'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1세기로 넘어 서는 문지방에서 우리는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른 커다란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시작했다. 그것은 소위 밀레니엄버그(Y2K), 즉 컴퓨터숫자인식오류가 컴퓨터프로그램화되어 있는 현대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다행히 예상은 빗나가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지만, 지난해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전세계가 막연한 불안감에 쌓여 있음을 보여줬다. 더욱이 1997년 중반이후 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 1999년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위기, 아프리카의 빈곤과 기아, 그리고 지역 및 인종분쟁의 지속은 세기말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희망을 안고 새출발을 하려는 노력들도 돋보였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 형제자매들의 삶이 극도로 피해해지는 상황에서 국제노동운동도 신세기를 맞아 나름대로 새로운 국면전환과 진로모색을 시도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자유노련(ICFTU)을 중심으로 '새천년 전망(Millennium Review)'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새천년 전망'이란?

국제노동조합의 재편과 국제노동운동의 재정립을 위한 새천년 전망(Millennium Review)은 2000년 4월 남아공 더반시에서 개최된 제17차 국제자유노련 세계총회에서 승인되었다. '새천년 전망'은 새로운 환경을 맞아 국가, 대륙, 국제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진로와 도약을 위한 야심찬 계획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노동단체의 전략, 활동, 조직 등을 분석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새롭고 강력한 국제연대를 전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ICFTU 사무총장, ICFTU 지역기구별 대표 각 4인, ICFTU 여성과 청년위원회 의장들, ILO노동자그룹 의장, 국제산별노련(ITSs) 대표와 OECD-TUAC(노조자문위) 사무총장 등을 포함한 30인 새천년논쟁위원회가 구성된다.

한편, 2001년 11월말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117차 ICFTU 세계집행위원회에서 제출된 새천년 논쟁 최종 보고서는 5가지 중점 활동목표를 설정했다.

①조직화, 강력한 국가노조, 국제행동을 위한 자원확보 조합원이 고령화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전통적, 혁신적 방법을 총동원하여 청년조직화에 치중하며, 여성조합원 수의 증가에 대비한 노조정책결정에 있어 여성대표의 참여를 확대한다. 효과적 국제행동을 위한 조합비 인상 등을 통한 재원을 확보한다.

②기업과 사용자에 대한 대응 기업, 특히 다국적 기업에 대해 국제산별노련(ITSs)와 TUAC과 공동 대응한다. 또한 국제, 지역, 국가, 업종별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공동대응으로 협상력을 높인다.

③세계경제의 방향전환 세계경제의 흐름을 신속히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한 노조의 연구능력을 배양하고, 자유시장이념을 개발하는 국제 및 지역기관들의 활동과 조직을 바꾸기 위한 국제정책활동과 캠페인, 동원 등을 함께 연결한다. 제도개선 및 지역문제 반영 노동현장의 변화에 맞게 규약을 개정하고 지역기구들과의 활동을 밀접히 연계시킨다.

④캠페인과 의견교환 활성화 통신수단을 통한 선진국과 개도국 노조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만들고 국제캠페인과 집회 등을 통해 노조의 목소리를 높인다.

*국제자유노련 아태지역기구(ICFU-APRO)의 '새천년 전망'

새천년 전망의 보고서 작성을 위하여 ICFTU 지역기구들(APRO, AFRO, ORIT)은 지역차원의 요구사항과 의견수렴을 위한 다양한 논쟁을 벌여왔다. ICFTU-APRO는 싱가폴에서 2000년 3월 최초 준비위원회를 개최하고 새천년 논쟁의 쟁점, 지역 및 여성안배를 고려한 위원구성, 관련 자금조성 등을 포함한 제안서를 마련했다. 이후 개별 국가노조의 요구와 관심사항을 반영시키기 위한 사례연구를 실시하고 아태 소지역별 세미나도 가졌다. 동아시아지역 세미나는 2000년 6월 한국 경주에서 20여명의 동아시아국가 노조 청년간부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항을 정리한 바 있다. 이후 2000년 11월 동경에서 개최된 제73차 ICFTU-APRO 집행위원회에 앞서 새천년 논쟁의 일환으로 '21세기 아태지역 노동운동의 진로'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고 아태지역 노동운동의 한계와 과제, 전망 등을 점검한 바 있다.

또 ICFTU-APRO 청년위원회는 2001년 2월 홍콩에서 회의를 갖고 청년노동자의 대표성, 청년위원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 청년 조직화 등 청년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여성위원회도 같은 해 3월(말레이지아)과 8월(대만) 세미나를 갖고 세계화에서의 여성지위 확보, 노조내 여성의 참여와 대표권, 사회동반자 정신의 중요성 등을 주요 의견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 경과를 통해 작성된 보고서는 2001년 10월 싱가폴에서 개최된 제74차 ICTU-APRO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었으며, 이 보고서는 아태지역 의견으로 ICFTU에 전달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ICFTU와 국제노동단체(ITSs, ETUC, OECD-TUAC, WFTU, WCL, IICL) 및 NGOs와 시민단체와의 관계 재정립, 인도네시아처럼 노조 분열에 대한 해결책, 노조 재정자립 방안, 노조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 등이 주요 관심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새천년 전망 실효성 갖기 위해 해결과제 많아

'새천년 전망'은 개별국가와 지역별 노조의 활동에 있어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화의 변화와 도전을 국제연대를 통해 대응하려는 것으로서 신세기 국제노동운동의 신개념 또는 신이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천년 전망'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 중에서도 국제노동단체들과 국제경제금융기구들(IMF, World Bank, ADB, WTO), 개별국가 노조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동반자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 국제노동운동의 신개념을 현실화시키고 노동현장의 바람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2002년 국제세미나 개최에도 주목된다. 또한 노동기본권 선언(1998년)과 존엄한 노동(2000년), 국제노동포럼개최(2001년) 등으로 새로운 노동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ILO와의 활동공조를 위하여 ICFTU의 본부를 제네바로 이전하려는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ICFTU 신임 사무총장에 가이 라이더씨가 선임됨에 따라 '새천년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동운동도 민주화이후 15년의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한국적 노동운동의 모델이 나타날 때도 되었지만 아직도 그 모델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우리 노동운동의 방향타를 위하여 ICFTU의 '새천년 전망'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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