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처럼 쟁점이 되고있는 한나라당 자민련 합작의 「교원정년 63세 환원입법」에 관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들이 연일 방송사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난리들이다.

정치인들이 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벌써 진절머리 날대로 나있는 터라 굳이 안 보려 애를 썼는 데도 어느새 흥분하며 그 토론의 한가운데 빠져있음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다.

앉아서 보좌관들이 조사해다 주는 자료나 대충 뒤적일 뿐 도대체 현장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아니 보좌관들의 자료도 제대로 이해 못 한 상황에서 보고 읽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리도 우리 국민들은 복도 없을까를 새삼 확인하게된다.

패널로 참석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국회 교육위 위원장이라는 이규택의원의 토론 모습을 보시지 않았는가? 교원정년 63세 환원이 교원의 사기진작과 부족한 교원수급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잘못된 개혁정책이기에 바로잡아야 한다지 않은가?

비록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줄은 알지만 한나라당은 소신있게 교원 정년 63세 환원 입법을 처리해내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 득표 전략에 마이너스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상대 패널의 우려(? )에 비록 총선과 대선에 감표요인일지라도 오직 교원들의 사기 진작과 수급 안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하는 자신이 속한 당이야말로 차기 수권 정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라는 논리전개에는 정말 열려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아전인수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 데 이런 유치한 속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말다니. 국민을 우롱하려 함에는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입증하고도 남지 않는가?

교육위 소속의 또 다른 한나라당 국회의원 역시 못지 않게 가관이었다. 과연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 게다가 교육위 위원인지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한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제가 만들어낸 '국민학교'라는 좋지 않은 속뜻 때문에 어렵게 그 명칭을'초등학교'로 바꿔 이미 정착된 지가 언제인데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더군다나 국회 교육위 소속 국회의원이'국민학교', '국민학교 선생님들'을 연발하는 모습이라니. 정말 국회의원 맞습니까? 더군다나 교육위 소속 맞느냐 말입니다.

그 분이 다닐 적에야 '국민학교'이었겠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위치이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이 교육위에 소속되어 있는 한 저들의 발상은 역시 저 정도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음을 우리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또한 교육위 위원장과 자민련 소속 교육위원께서는 교총이 주최한 정년 환원을 위한 집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초청장을 보내와 참석했노라는 얘기였다. 그런 저들이 과연 균형 잡힌 바른 의견 수렴을 위해 전교조 집회에는 참석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표도 안 될 전교조 집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으셨겠는가? 혹시 전교조에서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노라는 소도 웃을 변명은 또 안 하실지? 그래도 교총엔 확실히 자신들의 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세칭 보수적인 나이든 교사들 또는 관리자로 통칭되는 교장, 교감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어쨌든 저들의 주장처럼 정년 감축으로 빚어졌던 아픈 기억들이 서서히 아물어가면서 62세 정년이 정착되어 가는 마당에 한 살을 더 연장시켜주면 저들의 계산처럼 교사들 사기가 진작될까?

저들은 교직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이해가 쉽지 않은 표현도 썼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교직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소리는 교직에 종사하는 나에게도 새롭다. 왜 교직 사회가 붕괴된다고 했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 원인을 발로 현장을 뛰어 다니며 바로 밝혀내길 소원한다. 겨우 찾아냈다는 게 교원정년이 63세가 아니고 62세이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62세든 63세든 과연 그 연세까지 평교사로 정말 모든 학생들과 후배교사들의 사표가 될만한, 교단을 묵묵히 지키는 소신있는 교사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 연배가 되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학부모가 좋아하질 않는다. 또한 대부분 그 연배의 동료들은 이미 교장이다 교감이다 해서 관리자의자리에 앉아 있다.

그렇지 못하고 정말 가르치는 일이 좋아 꾸준히 아랑곳하지 않고 교단에 남아있으면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라며 치하해 마지않을까 아니면 '아니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남들 다 하는 교장자리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저러고 있을까? ' 라며 고개를 흔들어 댈까?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현실이 어느 쪽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심지어는 자식들의 눈에조차 '정말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는 수완이 부족한 것일까? ' 은연중 부끄러워해야 할 안타까운 현실이야말로 정말 버텨 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잘못 형성된 문화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만 교원 사기 진작에 진정앞장서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지 정년 한 살 늘린다고 사기가 진작되고 떨어지고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기에 저들의 정년 연장 입법은 확실한 보수층 확보를 위한 득표 전략이 속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랬더니 저들의 대꾸 또한 우습지 않는가? '어쨌든 세월이 흐르면 젊은 교사들도 교장 교감될텐데 뭘 그러느냐'는 것이다. 이미 교장 교감된 자들이나 그 자리에 혹시 일년 더 있게 될 교사가 진짜 혜택을 누리게 될까? 평교사들에겐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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