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족' 아세요? '문어발'도 있대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직장'보다는 `직업'을 좇아 이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실질소득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동시에 서너개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11년동안 일했던 김아무개(37)씨는 지난 1년반동안 무려 네차례나 직장을 옮겼다. 지난해 6월 벤처붐이 절정에 이르자 벤처컨설팅회사를 창업했으나 여의치 않아 6개월만에 접고 유아관련 사업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이마저도4개월만에 때려치우고, 인터넷메신저서비스업체에 들어가 기획일을 맡다가 이달초 원래 자신의 `전공'인 보험회사로 복귀했다.
김씨는 “신규판매처 개발 사업을 제의받아 다시 보험사로 들어왔다”며“그 동안 여러 직장을 옮겨다니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직장경력이 14년째인 유창순(36)씨도 지금까지 모두 네차례 직장을 바꿨다. 유통회사에서 7년반동안 일하다가 신용카드 회사 홍보실장으로 옮긴 뒤, 지난해상반기 6개월간의 벤처기업 경력을 거쳐 지금은 제조회사 기획일을 맡고 있다.

유씨는 “기획·홍보 분야에 있어서 최고가 되기 위해 늘 고민한다”며“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수시로 직장을 바꾸는 `메뚜기' 직장인들은 특히 20대 후반~30대 초중반 나이대에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 직장에 머무는 기간이 수개월밖에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아무개(34)씨는 “직장 경력 8년째인데 이력서에 쓸 경력이 10개나 된다”며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대체로 다양한 경력을 선호한다”고 귀뜸했다. 이씨는 “취업이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일단 눈높이를 낮춰 직장에 들어간 뒤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고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취업자의 한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7.08년에서 지난해6년으로 급감했다. 또 95~97년 68.8%이던 직업유지율도 97~99년에는 54.5%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두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아무개(35)씨는 갖고 다니는 명함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이사, 홍보대행사 사장, 포털사이트 기획팀장, 인터넷서비스업체 사장 등 4개나 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시간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이사로 활동하고, 토·일요일은 자신의 사업인 홍보대행과 인터넷서비스쪽에 전념한다. 그리고 저녁시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한 포털사이트의 기획일을 해주고 있다.

정씨는 “한 회사에만 속해서 월급쟁이로 일해봐야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하고 남는 것도 거의 없다”며 “차라리 젊었을 때 잘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빨리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정보제공업체인 잡코리아(jobkorea.co.kr)의 최근 조사는 이런 `다직업'추세를 뒷받침한다. 직장인 22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88%가 실제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고 있으며, 87.9%가 `기회만 되면 부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한 직장에서 오래 남아있기보다는, 여러 기업과 분야를 거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려는 풍조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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