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란 참 좋은 것이다.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안 자도 피곤하지않고, 안 입어도 춥지 않은 게 청춘이다.

넘쳐 나는 열정과 패기를 주체할 길이 없고 도대체 겁나는 게 없는 인생의 황금기다. 그래서 어느 수필가는 청춘을 가리켜 '이름만 들어도 가슴설레는 말'이라고 예찬하지 않았는가.

■ 사회진입 기회자체가 막힌 현실

이제 곧 수많은 젊은이들이 학교 문을 나선다. 하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청춘예찬'과는 거리가 멀다. 취업난 때문이다.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가 42만명인데 일자리는 6만개뿐이라니 일자리 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식이다.

입사시험 경쟁률은 100대1을 넘는 게 기본이다. 한 자동차회사에는 300명 모집에 무려 5만명이 몰려들었다.

지원자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어떤 금융회사는 70명을 뽑는데 8,000여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가 85명, 석ㆍ박사가 895명, 토익성적 900점 이상이 551명이나 됐다.

취업이 이렇게 어렵자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어학연수나 대학원 진학이라도 할 수 있는 형편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못한 학생은 어쩔 수 없이 휴학의 길을 선택한다.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지만 취업대란이 오는 2007년까지 계속되리라는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우울하기만하다.

■ 청년들이 병들어 가고있다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쌓아 학교 문을 나서지만 갈 곳이 없는 황당한 현실은 우리 젊은이들의 어깨를 아래로 아래로 처지게 만들고 맑게 깨어 있어야 할 의식을 점차 병들게 하고 있다.

한 취업정보제공업체가 구직자 4,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36,7%가 취업과 관련해 점(占)을 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호기심일 수도 있고 또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운명과 요행심에 의존하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어느 대학신문사의 세계 각국 대학생들 의식조사 결과는 더욱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에 태어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프랑스ㆍ캐나다의 학생들은 75%가 모국을 선택한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고작 30%였다고 한다. 우리 청년들의 국가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면 과장된 해석일까.

청년세대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그런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딛기도 전부터 기가 꺾이고 의식이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 기성세대 책임 통감해야

그들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경쟁이 없는 곳도 없다. 그러나 사회진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사회는 뭐가 잘못돼도 아주 잘못된 것이고 그 책임은 정치를, 경제를, 행정을 운용해온 기성세대에게 있다.

경제를 이렇게 만든 데 대해 어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 세계적 경제침체가 경제난의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하면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통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 실수와 사과를 연발하고 있는 행정,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노사관계, 집단이기주의 등은 바로 기성세대가 만든 우리의 자화상이다.

청년들의 방황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되고 해결책은 두말할 것 없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그 실마리는 '나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성은 권한과 힘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통렬하게 해야 한다.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은 더 이상하지 말자. 오늘 백지를 꺼내놓고 아들과 딸ㆍ동생ㆍ조카들에게 반성문을 쓰자.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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