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폭증·인력부족에도 구직·구인자 교량역할 '보람'



올 겨울은 실업자들에게는 더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 탓이다.
이렇게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 더 긴장하고 바빠지는 곳이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안정센터가 그런 곳이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 동부노동사무소 내의 송파고용안정센터(센터장 배병조)를 찾았을 때는 비교적 차분한 첫 인상을 받았다. 몇몇 구직자들이 사무실 한 켠에 마련돼 있는 책상에 앉아 꼼꼼히 구직표를 작성하고 있다.

■ 실업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바빠지는 사람들

"요즘은 하루 평균 300건 이상의 일이 밀려들거든요. 이일을 감당하려면 거의 정신이 없어요."

노동부 산하의 고용안정센터는 전국 168곳에 이른다. IMF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 증가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는 각 구마다 한 곳씩 배치돼있는데, 관할 내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다소 많은 편인 송파고용안정센터는 현재 공무원 5명, 계약직 상담원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이 크지 않은 조직이 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95년 고용보험 도입 이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날이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 업무는 크게 고용안정, 실업급여 및 피보험자 관리, 취업지원 사업으로 나눠져 있다. 고용안정 사업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해, 전직지원장려금 등 각종 장려금, 직장보육시설 설치비용융자,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지원을, 실업급여 사업으로는 구직급여를 비롯해 상병 및 연장급여, 취직촉직수당 지원 등이 있다. 또 구직·구인자를 직접 상담하며 연결해주고 달마다 '구인·구직만남의 날'을 운영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얼마전까지 재활사업까지 담당했지만 폭증하는 업무 탓에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노동사무소의 관리과로 업무가 넘겨지기도 했다.

■ 상담원들의 취업실적을 둘러싼 고민

그런데 이런 상담원들의 사기를 뚝 떨어뜨린 사건이 얼마전 발생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고용안정센터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최고 80%까지 취업률을 조작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일로 각 고용안정센터는 초상집이 됐다. 국감의 지적이 더 아팠던 것은 그런 결과가 실적을 보여주기 위한 과당경쟁 탓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워크넷'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워크넷은 고용안정센터 뿐만 아니라 구청, 동사무소 등 지자체에서도 공유하고 있다. 구직자는 공동관리가 되는데, 고용안정센터든, 지자체든 상관없이 취업소개를 할 수 있다. 또 구인사업장의 정보는 모두 공개가 되고 있어, 구직자가 직접 연락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취업자 본인조차 취업경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어디서 취업알선을 받았냐고 전화를 받았을 때 모두 '예'라고 대답하는 맹점이 발생하게 된다. 기관별로도 취업자수가 중복적으로 잡힌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상담원들은 취업률에 일부로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되고 있어요. 예컨대 자신을 통해 취업한 것이 확실하다는 '심증'이 있더라도, 실적에 올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명확한 '물증' 없이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죠."

■ "실업률이 3%대라지만 체감실업률은 더 높아요"

"이상합니다. 정부에서는 9월 실업률을 3%라고 발표했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직접 느끼기에는 전혀 아닙니다. 사실상 IMF 때와 똑같거든요."

정부는 실업률이 줄어들었다고 말하지만 고용안정센터를 찾는 구직자, 실업급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체감실업률은 더 높다는 뜻일게다.

"실업률에는 공공근로자, 구직단념자, 직업훈련생 등이 모두 빠지잖아요. 또 일주일에 1시간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고요."

그러나 고용안정센터를 찾는 이들은 바로 이들이다. 실업률에 잡히지 않았지만, 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직·구인자의 자세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취업이 어려운 데는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서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지요."

구직자는 임금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사업주 역시 40-50대 준고령자 보다는 보다 임금이 싼 젊은이들만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 역시 임금이 싸고 일이 고되다는 이유로 이들 사업장을 꺼리고 있다. 이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 업무 급증 불구, "이 일이 좋아요"

그래도 이들은 이 일이 좋다고 말한다. 업무가 급증하고 시간이 부족해도 그렇다. 특히 본인을 통해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보람은 무엇보다도 이들을 기쁘게 한다.

하지만 이 일에 애착이 가는 만큼 변해야 한다고 생각도 많다.

"우선 상담원이 좀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현재 인원이 적기도 하지만, 인원동결 방침으로, 자연감소분을 어찌할 수가 없어요.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죠."

상담원의 임금수준은 110∼120만원 정도에 계약직이다보니 신분이 불안정하다. 그래서인지 남성들은 거의 없다. 여기 송파고용안정센터도 23명의 상담원 중 남성은 3명. 나머지 여성 상담원 중 당장 임산부 2명이 곧 산전후휴가에 들어가고, 내년 4월도 임산부 1명의 휴가가 예정돼있다. 그러나 인원보충은 현재로선 어려운 일이다.

"상담원은 구직, 구인자 모두에게 1차 면접자의 역할을 해야 해요. 좀더 이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다행히 얼마전 정부가 '고용안정센터 취업지원업무 개선방안'을 내놨다고 하더군요. 곧 우리에 대한 신뢰도, 제반조건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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