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와 민족민주혁명(National Democratic Revolution)의
실현을 위해 만들어졌던 남아프리카의 3자 동맹이 '좌우' 협공으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인종차별체제(아파르트헤이트)에서 기득권을 누렸던 수구 세력은 3자 동맹을
공산당과 노동조합이 참가하는 등 "사회주의" 색채가 너무 강하다고 공격하는데 비해,
급진적 활동가들과 일부 노조간부는 3자 동맹이 '혁명의 대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남아프라카공산당(SACP),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정치 연합인 남아프리카 3자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행진을 하고 있는 3자 동맹의 지도부들.

남아프리카의 3자 동맹은 1990년대 초반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이하 코사투), 남아프리카공산당(SACP),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정치 연합으로 출범해 1994년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ANC가 집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난 1999년 총선에서도 ANC를 승리토록 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었다.

3자 동맹에 대한 논란은 90년대 초부터 계속 있어 왔지만, 동맹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수구 세력에서 비롯되었다면, 지금은 동맹의 한 축을 이루는 코사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3자 동맹의 미래에 비관적인 노조 간부들과 정치 활동가들은 1996년 ANC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인 기어(GEAR)를 채택한 이래 3자 동맹은 우경화되어 왔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코사투를 비롯한 진보 진영이 소외되어 왔음을 근거로 동맹이 사실상 와해되었다고 본다. 이들은 정부가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민영화 정책과,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코사투가 총파업을 조직해 민영화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ANC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3자 동맹이 깨질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본다.

코사투와 ANC간의 상처와 불신은 이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이 이들의 현실 인식이다. 여기에 얼마전 ANC의 고위 간부인 피터 모카바가 파업을 비난했다. 여기다 공산당이 자당 출신으로 민영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제프 라데베 공기업부 장관을 징계하는 데 반대하자, 급진파들은 ANC와 공산당이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면서 '사회주의 공화국'을 지향하는 새로운 노동자계급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코사투 조합원 다수는 '전투성'과 더불어 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코사투가 3자 동맹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탈퇴할 것 같지는 않다. 3자 동맹의 유지를 바라는 진영은 동맹이 깨지고 ANC가 우경화되어 수구 정치세력인 DA쪽으로 기울 경우 남아프리카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사회민주세력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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