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아침, 이성재 위원장(52)은 명동성당 첨탑에 걸린 시계로 자꾸 고개가 돌아갔다. "9시가 지났는데…"

마침내 오전 9시 40분, 이 위원장의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필증을 교부받았다고?" 이 위원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주변의 젊은 조합원은 "여러분, 마침내 필증이 나왔답니다!"라며 본인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조합원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31일 오전 조종사노조 지도부가 총파업을 경고하며 하루밤을 새운 명동성당에서의 아침풍경이다.

"실제 노조를 준비해오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예, 너무 힘든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린 결국 민주노조를 세웠습니다." 이성재 위원장의 눈시울이 뜻밖에 붉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광고 등 눈에 보이는 곳에는 돈을 뿌렸지만, 정작 안전운항의 기본인 낡은 항공기 교체, 장시간 조종에 시달리는 구조에 대해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항공사고가 나면 무조건 조종사에게 책임을 돌려왔지요."

이에 이 위원장은 이제 노조가 인정됐으니, 합법적으로 노조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노사간 대등한 입장에서, 회사가 항공기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회사가 안전운항에 적극 투자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외국항공사 조종사보다 두배의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조종사 처우개선도 안전운항의 기본이라며 곧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5년5개월간 1만5,600시간의 무사고 운항을 해왔던 이성재 위원장은 지난 98년 9월 조종사협의회 구성한 이래 꾸준히 노조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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