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동교동 페덱스 본사에는 각 영업소별로 아침부터 대체근로를 막기 위해 나갔던 조합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세계 211개국에 자사의 사무소를 가지고 'UPS'와 함께 세계항공특송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페덱스의 한국지사인 '페덱스 코리아'의 노조가 한달이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또 운송하역노조 페덱스지부 김대섭 지부장을 포함 노조 간부 3명이 현재 업무방해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페덱스측은 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CJ GLS, 콜밴, 오토바이 특송, 현대 특송 등의 업체와 계약. 대체인원을 투입했다.

노조는 제일제당그룹 계열의 CJ GLS의 대체 인력 투입을 무산시켰으나 회사측은 바로 현대특송과 재계약해 현재는 현대특송측이 발송 업무를 맡고 있다.

"CJ GLS의 대체 근로는 현장에서 몸으로 막았습니다. 결국 CJ GLS와는 파업이 끝날 때까지 대체 인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죠. 그런데 현대특송은 좀 다르더라구요. 현대가 원래 노조에 대해서 잘 알아서 그런지, 일단 현대특송과 관련된 모든 곳은 집회신고도 미리 선점하고 조직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끝까지 대체근로는 막아낼 겁니다" 오전에 현장에서 대체근로를 막고 왔다는 한 조합원의 말이다.

■ 직원 중심의 경영원칙…노조설립 그리고 파업

올 여름 개봉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에서 주연인 '톰 행크스'는 '페덱스'의 직원으로 나오면서 페덱스는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페덱스는 프라이엑스(PRI-EX)라는 회사를 통해 12년 동안 한국에서 간접적인 영업을 해오다 지난 해 9월 1일 현장업무를 주로 하는 '페덱스코리아'와 영업, 고객관리 인사 등을 담당하는 '페덱스 코퍼레이션'의 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페덱스 코리아는 '직원 중심의 경영원칙'을 안팎에 내세우며 직원의 복지 부문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고 강조해 왔다.

"처음에 페덱스가 프라이 엑스를 인수하면서 동일 수준의 근로조건을 제시한다고 했어요. 근데 일부 고학력자는 페덱스 코퍼레이션(KOT)으로 편입되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페덱스 코리아로 묶었는데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현저히 못 미치더라구요"

페덱스 코리아직원의 반발이 거세지자 페덱스측은 평균 3.2%의 임금 인상안과 KOT와 같이 주40시간의 주5일근무제를 실시했다.

"주5일 근무를 한다면 좋죠. 그런데 인력보강은 전혀 없는 겁니다. 주5일근무제라 해서 토요일부터 쉬는 게 아니라 주중에 하루 더 쉬는 건데 그럼 남는 인력은 업무량이 엄청 늘어나는 거죠. 결국 일하는 사람만 죽어나는 거죠"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질 무렵 돌연 총액임금상한제가 불거져 나왔다. 운전직은 기본급 103만원, 일반직은 93만원의 한도가 정해져서 수십년을 근무해도 이 한도이상의 월급은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대섭 지부장은 노조 설립 배경에 대해 "말로는 '직원 중심의 경영'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깍을까만 생각하는 회사에 노조의 설립은 정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고 설명했다. 페덱스노조는 지난 8월 18일 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조에 가입하고 페덱스지부를 설립, 신고하고 회사측에 교섭을 요청했다.

■ "다음 주 토요일 시간 되죠?"

노조 결성이후 회사측에 교섭을 요구하자 회사는 노조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교섭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과중에 교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섭대표의 업무배제도 인정하지 않았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교섭은 사내가 아닌 특급호텔에서 가져야 한다고 했다. 호텔비, 교섭 당시의 녹취와 공증비용은 비용은 노사가 반반으로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방식은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단체교섭을 할 때 적용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국내 노사관계에서는 보기드믄 현상이다.

"일단 교섭은 해야 되니까 회사측 주장대로 지난 9월 1일과 15일 두차례에 걸쳐 호텔에서 교섭을 했습니다. 노조활동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조의 기본협의안에 대해 회사측은 교섭절차만 기본협의안에서 다루자고 시간끌기에 급급했습니다"

노조는 9월 17일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9월 24일 전체 조합원 209명 중 203명이 참여한 가운데 175명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9월 28일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를 결성하고 교섭에 진척이 없어 파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페덱스측의 입장변화가 있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파업을 하면 적어도 회사가 파업을 중단하기 위해 교섭은 성실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파업하자마자 대체 인력 투입하고 파업 할 테면 하라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여요" 최소한의 요구만 수용되면 파업은 언제든지 풀수 있다는 노조의 현실적인 안을 회사는 왜 안들어주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김대섭 지부장은 토로한다.

"지난 10월 말 4∼5차 교섭때 회사측 교섭대표가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나자 하는 말이 '다음 주 토요일 시간 됩니까? 그 때 다시 교섭하죠'입니다. 그럼 노조는 다음 주 까지 파업을 계속 하라는 말입니까? 파업 원하는 노조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파업하는 사람 누구나 다 똑같을 겁니다."

■ "최소한 요구만 들어주면 당장 파업 풀 수 있다"


그렇다면 노조의 최소한의 요구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 노조 전임 인정 △ 조합 사무실 확보 △ 단협 체결전까지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가 현재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쟁점이라고 말한다.

회사는 이에 대해 조합원이기 전에 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노조 전임은 인정할 수 없으며 나머지 사항은 단체협상에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희는 회사에 자기 책상도 없습니다. 의자도 없습니다. 달랑 작업하는 개인 작업대만 있을 뿐입니다. 조합원 거의 하루종일 차량운전하고 잠깐 사무실 들어왔다가 배송 물건 포장하고 다시 배달하러 나가고 그럽니다. 평균 밤 9시, 10시에 집에 들어가는데 그 시간에 단협안 만들고 회의하고 노조 활동하라는 말입니까?" 김대섭 지부장은 답답하다며 말을 이었다.
"주 1회 3시간 교섭을 하면 거기다 통역하는 시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시간 남짓합니다.

그러면 단체교섭 체결하는 데 1년도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전임도 아니고 일과 중에 노조 일도 보지 못하고 매 주 한번씩 교섭하자는 게 정말 노조를 인정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노조 결성한지 석달, 전면 파업에 들어간지 한달, 운송하역노조 페덱스 지부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우리가 월급을 몇백만원씩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최소한 노조가 활동할 수 있는 보장만 되면 사태 해결은 쉽게 풀리는데 몇백억씩 손해 보면서 파업을 질질 끄는 회사를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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