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재투자기관, 지방공기업, 정부출연기관 등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각각을 대표하는 20여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최근의 단체교섭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부가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인사 및 예산 등을 통해 실질적 사용자로서 개입하면서 노동기본권의 행사와 단체교섭운용에 제도적인 제약을 가해 노사관계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최근 펴낸 연구서, '공공부문단체교섭의 실태조사(저자 :
강충호 영국Leeds대학 박사과정)'에 실려있다.

*정부기관

철도, 체신, 국립의료원노조 등 현업공무원노조의 경우 임금은 공무원보수규정으로, 근로조건의
주요부분은 공무원복무규정으로 정해져 있어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의 실효성이 높지않다.

일반직 공무원노조의 전신격인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성격이 일반기업의 노사협의회와 유사해 단
체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법령이 허용한 협의의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소속 공무
원들의 처우 및 근로조건 개선에는 별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무원사회의 전통
적인 상명하복식 관료주의도 정부기관노조의 대등한 단체교섭권 행사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
이다.

*정부투자기관

정부납입자본이 50%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전력 등 정부투자기관의 단체교섭은 '정부투자기관관
리기본법'에 근거, '예산편성지침'에서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이들 기관장들이 지침을 위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구속력
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기관들의 임금교섭은 이미 예산의 의해 짜여진 임금가이드라인에
의해 형식적으로 타결되고, 편법인상을 위한 이면계약이 보편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출자기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주무장관의 통제와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감독
등을 통해 노사교섭 결과를 통제받기 때문에 정부투자기관과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교섭이 이뤄지
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점은 노동조합의 역량과 성향에 따라 단체교섭의 결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
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분 40%인 H중공업노조의 경우 예산지침과 상관없이 교섭을 전
개해 평균 4만4천원의 임금인상을 얻은 반면, 정부지분 27%인 H공사노조는 예산지침대로 평균
4.5%의 임금이 삭감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투자기관의 출자회사사인 재투자기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이 인사권
등을 완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모기업보다 높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한 실정
이며 따라서 이면계약이 보편화돼 있지만, 모기업에 비해 예산운용의 여유가 적어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지방공기업 등 여타의 공공부문에서도 정부가 직·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노사관계의 자
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강충호 연구원은 지적했다.

*영국을 배우자

강 연구원은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였던 영국 정부가 80년대 보수당 집권 이후 신자유주
의 공세를 펼친 결과 노사관계가 대립적으로 변했다"며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정부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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