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마다 다른임금 노동자 동질감 깨져

-'차별임금 철폐' 52일째 부분파업

요즘 서울역 광장 맞은편 남대문 5가에 위치한 대우센터 1층 로비에선 이전 같았으면 엄두 못
낼 광경을 볼 수 있다.

최근 롯데호텔노조 파업 강제진압에서도 확인되듯 이전부터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은 남대문 경찰서와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대우센터 현관 한구석엔 푸른색 비닐의
농성 천막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20일 현재 부분파업 52일째, 그리고 천막 농성 18일째를 맞는 바로 용역업체인 (주)동우공영 노
조의 모습이다.

(주)동우공영노조가 48일째 부분파업을 벌이는 이유

IMF가 터진 직후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음에도 회사가 올해엔 임금 동결에다가 사업장별 차
등 임금제까지 도입하려고 한 데 반발, 부분파업에 들어 간 것이다. 동우공영은 대우센터 14층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일례로 용역업체가 사용사업주와 2500만원에 계약을 할 경우 실제로 용
역직원이 받는 임금은 1500만원 정돕니다. 1000만원은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것이지요. 업무의 특
성상 용역업체가 적자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얘깁니다."

조합원인 김모(28세)씨는 인사말을 건네기 무섭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회사가 전혀 어려운 상황이 아닌데도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으니 투쟁밖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조합원 한모씨. 33세)

한모(33세)씨 역시 김씨의 얘기를 가로채듯 이어가며 파업과 천막농성의 이유를 쏟아냈다.

특히 동우공영 노조는 회사쪽이 올해 새롭게 도입하려는 '사업장별 차등 임금제'를 더욱 심각
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권서 위원장은 이 대목에선 한 발짝도 물러설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등임금제는 업체마다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동질감도 깨지고 교섭자체도 힘들어
집니다. 이건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음모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습니다. 차등임금제 도
입 시도를 중단할 때까지는 파업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용역업체 직원은 한마디로 현대판 머슴입니다"

용역업체는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사용사업주와 계약을 따낸다. 그런데 요즘 영세용역업
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자 업자들 사이에서 비용 낮추기 경쟁으로, 직원들의 임금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용역업체 직원들은 이중명령 체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근무 현장인 사용사업체 관리
직원의 지시와 용역업체에서 함께 파견된 실·계장 및 소장의 감독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는 것이
다.

대우자동차판매(주)에서 소방업무를 보는 조합원 한모(33세)씨의 경우 사용사업체 직원의 '오더
'가 떨어지면 정원 가꾸기, 농약 뿌리기, 페인트칠하기 등의 업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야 한
다. 괜히 사용사업체 직원의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계약해지의 위험도 있고 (주)동우공영쪽에서
다음 업체와 계약할 때 불이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대우증권에서 전기용역으로 일하는 김모(28세)씨도 마찬가지다. 전기관리가 제 업
무이지만 사용사용체와 관련된 임대사업장으로 종종 출장을 다닌다고 한다. 그렇지만 출장비를
따로 청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란다.

게다가 이들 용역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72∼80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3교대로 근무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서 한 달에 10회 정도는 야간당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들 야간수당이 1시간에 800원입니다. 우리보고 '단속적 감시직'이랍니다. 하루의
작업량을 지정 받아 일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의 반 이상이 대기시간인 '단속적 감시직'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둘러앉은 조합원들은 분위기가 좀 달아오르자 "조합에 가입하면 계약해지 위험성이 높다"는 우
려에서부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도 힘들 때가 많다"는 하소연은 물론, "사용
사업체 직원들의 차별행위도 견디기 힘들다", "머슴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자식에게
절대 기술직은 시키지 않겠다" 등 그 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얘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동우 공영 노조의 조금 색다른 쟁의 행위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린다"

동우공영 노조의 투쟁 전략을 구권서 위원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동우노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연중무휴교대근무를 거부한다. △
단속적 감시직 규정을 준수하는 준법투쟁(실질적인 태업투쟁)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실 근로시간
에 상당 부분은 대기만 하거나 고도의 육체적인 일은 피하고 감시위주의 업무를 수행한다. △매
주 초에 간부회의를 열어 날짜를 지정 주 1-2회 정도 부분파업을 통해 집회 및 투쟁을 진행한다.
"공장의 파업과 다른 전술을 택하는 이유는 조직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조합 가입대상이 370명인데 조합원이 75명입니다. 평생 여기서 일할 것도 아니고 사용사업체의
눈치를 많이 보는데 회사에서 얻을 것이 무엇이냐며 반문하는 사람 등 조직화가 어렵습니다. 일
단 천천히 투쟁을 통해서 조직확대를 할 예정입니다"

"힘들지만 노조가 희망을 던져줘야 합니다"

동우공영의 부분파업과 준법투쟁은 주변의 다른 용역업체 노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파업 50일이 넘어가면서 이제 동우공영만이 아닌 용역업체 전반의 문제를 상징하는 것처럼 되고
있다.

"사용사업체 쪽에서 계약해지를 쉽게 못하고 용역업체가 경제논리를 앞세워 임금을 가지고 덤
핑하지 못하는 것도 노조가 있기 때문"이라는 3살 박이 아들을 둔 젊은 조합원의 말속엔 그들에
게 노조가 어떤 의미로 다가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우공영 노조의 장기 부분파업은 한 발 뒤에 벼랑을 두고 서있는 용역노동자들이 오늘을 어떻
게 살아야 하는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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