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토요일과 일요일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노동자들로 북적댈 예정이다.

민주노총이 11월 5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광주 한국노동교육원에서 주최하는 "남반구노조연대 서울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남아공, 브라질, 인도, 필리핀, 태국, 스리랑카, 호주 등에서 100여 명 이상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남반구노조연대"(Southern Initiative on Globalisation and Trade Union Rights)는 세 가지 성향을 가진 노동조합들의 네트워크이다. 하나는 적극적인 전국적 통일 투쟁을 주요한 운동의 수단으로 확립해 온 조직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열악한 조건에서 새롭게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들과 함께 연대투쟁하고자 하는자 조직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국제적인 전선을 구축하여 세계적 통일 투쟁을 준비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조직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 극심한 탄압 뚫고 운동과 조직 건설

남반구노조연대는 1991년 호주노총 산하 서호주주지역본부가 12명의 외국 노조 활동가를 초청하여 개최했던 국제 워크숍을 계기로 발족되었다. 남아공 코사투에서도 이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그 중 한 활동가는 현재 코사투의 사무총장이 되어 있다.

서호주주지역본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거세게 진행되던 1980년 대 말 노동조합운동의 대응을 새롭게 모색하고 나섰다. 호주 노동조합은 호주 정부가 역사적으로 실시해 왔던 "보호주의"를 주요한 존재 근거로 삼아왔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에 맞서 보호주의적 요구를 내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움추리기"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찾기로 하고, 이를 위해 주요 이웃 국가들의 노동운동을 탐방하러 나섰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국 운동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어야만 자본의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서호주주본부가 연대의 대상으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 주변 국가들의 노동운동은 세 가지 제약에 묶여 있었다.

하나는 대부분의 조직들이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 극심한 탄압 속에서 힘겹게 운동, 투쟁하고 있었고, 자국에 존재하고 있는 "공식" 노동조합 조직이나 국제 조직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많은 나라의 노동운동이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 많은 노동조합 조직과 운동들이 냉전시대의 유물인 "분열"의 구조로 인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 등 남아시아의 대규모 노동조합 조직들이 여기에 해당했다.

셋째 새롭게 전국적 조직을 꾸리고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운동들은 기존 국제 조직 내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한국의 민주노총,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사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대부분의 조직들은 극심한 탄압을 뚫고 많은 희생을 치루면서 운동과 조직을 건설해왔다. 서호주주본부는 바로 이러한 신생 노동운동 세력이 모여 새로운 "국제주의"를 이끌어 가게 될 때에만 "투쟁"하는 국제 노동조합 운동의 단초가 세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론을 내게 되는 데에는, 아파테이드 반대 국제 연대 투쟁을 통해 관계를 맺은 남아공의 코사투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 국제노조운동과 조직들을 보완하는 남반구노조연대

남반구노동조합연대를 구성하는 주요 조직들은 예전부터 "국제 연대"에 적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호주 노동조합들은 2차대전이 끝나자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식민지 통치 체계를 복원하려고 군을 파견하려 하자 이들을 실은 군함의 호주 항구 정박을 저지하였고, 70, 80년대에는 아파테이드 반대 국제 연대 투쟁의 일환으로 남아공으로 향하거나 남아공에서 출항한 선박의 상하역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연대는 90년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었다. 1995년 서호주 주 정부가 노동법을 개악하려 하자 남아공 노조들은 호주 제품에 대한 하역 거부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하였고, 1999년 남아공에서 개최된 제5차 남반구노조연대 대회에서는 호주항만노조와 남아공항만노조가 연대 파업 협약을 체결하였다. 1996∼7년 민주노총의 노개투 총파업 때에는 호주 항만노조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탄압이 자행될 경우 한국 선박의 하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은 호주 BHP에 대해 투쟁하는 노조에 대한 연대로 호주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항의하였고, 민주관광연맹(현 민간서비스연맹)은 인도네시아 샹그리라호텔노조의 장기 파업에 대한 연대로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전개했다. 이번 서울대회에서는, 민주노총, 코사투, 파키스탄 노조가 중심이 되어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남반구노조연대는 이러한 공동 실천의 성과로 인해 기성 국제노동조합운동과 그 조직들을 보완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남반구노조연대는 현재 국제산별노련 등이 전면에 나서서 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몇몇 국제산별노련은 비공식적으로 "공동 행동 역량 강화"의 과제를 남반구노조연대에 "위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11월5일 서울대회…"단결, 역량, 힘"

남반구노조연대는 "행동"으로 연대하는 전통이 깊은 노동조합들이 모여있는 네트워크이다. 남반구노조연대 서울대회는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항하여 "지구적 노동자 투쟁", "지구적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건설해 나가야된다는 명제를 가장 심도있게 고민하는 노동운동 세력들이 모여 그 길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단결, 역량, 힘"을 주제로 11월5일부터 9일까지 1주일 간 진행되는 "서울대회"는 "시애틀", "프라하", "제노아" 같은 투쟁과 작업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투쟁을 어떻게 결합시켜낼 것인가, 비정규노동자, 여성노동자 등 "주류화" 되어가고 있는 "주변부"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등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한국, 남아공, 인도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공기업/공공자산의 사유화/민영화 반대 투쟁을 공유하고 공동 행동을 모색하는 자리도 준비된다. "지구적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투쟁 매개고리를 찾아 구체화하고 투쟁 사례에서 배우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 결의하게 된다.

남반구노조연대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각각 자기 나라에서 반독재민주화운동, 민족해방운동, 사회변혁운동, 국제연대운동의 일부를 이루며 성장해 왔다. 이들은 자기 나라의 변혁의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왔듯이 남반구노조연대를 통해 좁아진 지구촌의 변혁과 대안을 자기 과제로 끌어안는 데 필요한 단결, 역량, 힘의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투쟁이 끊이지 않는 한국으로 몰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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