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가 1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사업을 해외에 매각하고 외자를 유치했고 경영상태가 좋아져 채권단회의에서 조기졸업을 결정했다" 고 말했다.

아남반도체는 1998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2조5천억원이었던 차입금을 2천7백여억원으로 줄였다.

아남반도체는 앰코테크놀로지(ATI)에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그동안 20억7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주로 빚을 갚는데 썼다.

아남반도체 김진학 부장은 "지분과 사업부를 매각해 빚을 줄인데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영실적이 좋아진 결과" 라고 말했다.

아남반도체의 주가가 오르자 지난해말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했던 조흥은행(1천1백억원어치). 외환은행(2백62억원).신한은행(1백58억원)도 덩달아 재미를 보았다.

주당 5천원 또는 8천원선에 출자전환한 주식이 현재 1만4천원으로 올랐다.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회사와 채권단이 함께 좋아진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일부 대형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추가 자금지원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9월부터 워크아웃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백화점. 일동제약 등 중견기업들이 임직원의 자구노력과 경영호전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했거나 곧 졸업할 예정이어서 이 제도가 채권단. 회사의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이성규 사무국장은 "워크아웃 제도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채권단. 옛오너.종업원 등 이해 관계인들이 어떤 자세로 회사를 꾸려가느냐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워크아웃을 졸업한데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임직원들은 인원을 줄이고 급여를 깎는 등 자구노력을 받아들였고, 대주주는 사재를 내놓는 등 함께 노력했다.

지난달 12일 졸업한 특수강. 스테인리스 제조업체 동방금속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목표치보다 각각 65억원과 16억원이 많았다.

동방금속은 워크아웃 당시 1백60명이던 직원을 36명 줄이고 급여를 동결했으며 반품률을 낮췄다. 대구백화점도 워크아웃 직후 임직원들이 급여를 삭감했다.

일동제약은 직원 1천명 가운데 3백70명을 줄였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90억원어치를 종업원과 거래처가 인수했다.

일동제약 서상석 팀장은 "직원들이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자며 빚을 내거나 친척에게 빌려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면서 "한강구조조정기금에서 1백4억원을 지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무학도 임직원의 회사 살리기 노력으로 지난해 9백70억원 매출에 2백1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무학 김원식 부장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의 15%가 떠났는데 남아있는 직원들이 판공비. 활동비를 덜 쓰면서 영업활동은 활발하게 벌여 실적이 좋아졌다" 고 말했다.

◇ 돈되는 사업과 지분을 팔았다〓대구백화점은 창업주인 구본흥 회장이45억원의 사재를 출연했으며 계열사 두곳(대백관광. 대백기획)을 매각했고 일부 계열사를 정리했다.

대구백화점은 물류기지 부지와 범어동 빌딩 등 부동산도 팔았다.

대구백화점 김명회 차장은 "남들이 탐낼만한 계열사와 알짜 부동산을 팔아 부채를 줄였다" 면서 "경기가 좋아지면서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목표의 두배가 넘는 3백2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고 말했다.

벽산그룹 계열 동양물산은 갖고있던 계열사 주식 1백80억원어치와 부동산을 팔고 부서를 통. 폐합해 경비를 줄인 결과 지난해 말 부채비율을 1백3%로 줄였다.

동양물산 이승재 차장은 "이달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 부채가 적은데다 영업실적이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이익을 낼 것" 이라고 말했다.

화성산업도 보유 유가증권(하나로통신.LG텔레콤 주식 등)은 물론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자구노력으로 98년 1천1백84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백3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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