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 기도에 빠짐없이 참석하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내가 이른바 운동권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 1학년말 선배들의 강요로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막연한 풍문으로 듣고 있던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광주백서와 광주항쟁의 수기를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시위대의 후미에서 구호도 외치고, 박수도 치는 어설픈 운동권 학생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문 두 장을 덮고 자는 것이 소원’인 투옥과 수배의 길을 걸었다.

고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졸업 후에도 나라사랑청년회를 조직하여, 대중운동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른바 386세대 정치인의 한 명이 되었다.

우리사회의 보통 명사가 된 386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성장배경을 가진 세대로 이해되고 있으며, 386세대 정치인들은 개혁을 이끌 자질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386세대 정치인에 대해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3의 힘>에서 386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공식 토론을 통해 결정한 것처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성과는 중요하지만 과거를 무기로 오늘을 살지 않으려고 한다.

386세대 정치인들이 아직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열망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미흡한 것은, 갓 시집 온 며느리가 하루아침에 한 집안의 오랜 가풍을 바꿀 수 없듯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386세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청렴한 정치와 연구하는 정치,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는 분명 21세기 새로운 정치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21세기는 나라간의 국경이 없어지는 세계화의 시대이다. 개인과 지역, 개별기업이 각각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나라발전도 가능하다. 따라서 실사구시의 정치가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구호와 비방, 반대를 위한 반대,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싸움을 청산할 때가 온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봉사정치가 구현되어야한다. 민생 현장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봉사를 통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어야한다.

당파로 물든 '양반의 나라' 조선을 '백성의 나라'로 만든 정조의 화합정치와 중상정치를 정치인들이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조는 탕평책을 통해 당파를 희석시키는 한편, 규장각에 참신하고 실력있는 초계문신들을 대거 등용시켜 화성 신도시 건설, 이모작 도입, 상업 장려 등 실질적인 정책을 폈다.

정조의 화합정치, 서민정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21세기 이 나라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고자한다. 더불어 지방화의 시대에 발맞추어 동대문의 지역경제를 살리고,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대문 건설로 나라 발전에 역할을 하고자한다.

'정치는 공기’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각종 법률의 제정은 물론 국가의 예산과 정책이 정치활동을 통해 수립된다. 따라서 정치는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배한다. 공기가 오염되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정치가 부패하면 국민의 생활이 힘겨워진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여 감시하고 격려할 때, 올바른 정치문화가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민주적 사고와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뛰어 넘는 화합,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 지향은 모든 386세대 정치인들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논리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발로 뛰며, 삶의 현장에서 민심을 파악하고, 지역과 나라의 장래를 설계하는 현실 감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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