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선안전 후작업개시'를 깡그리 망각해 발생한 사고였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여수산단 안전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다. 공장의 정비보수를 위해 시설내 잔류하는 유독가스나 발화성이 높은 물질들에 대한 안전한 점검을 했더라면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던 사고들이었다. 호남석유 나프타 저장탱크 폭발화재 사고도 잔류 에틸렌가스가 원인이었고, 여천NCC 수소밸브 폭발사고도 수소가스라인의 잔류가스 여부만 확인했어도 폭발사고까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더욱 문제는 이렇게 해서 발생한 사고로 용역직, 일용직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공장이 아웃소싱이 이뤄져 작업이 힘든 구역은 협력업체에 외주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고 한 노동자는 지적한다. 어렵고 힘든 작업을 일용직이나 용역직이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고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더 큰 비극은 이들 비정규직들이 산재사고를 당한 후에도 유화업계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휠씬 뒤떨어지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노조로부터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남정유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도 안한 업체와 공사계약을 맺었다고 유족들이 항변한다. 또 사고의 책임을 작업자들이나 하청업체에게 떠넘기고 은폐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용역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평등이 어디까지인지 산업재해로 죽임을 당하고서도 차별대우를 안고 가는 이들이 안타까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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