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3세력 교두보 구축 시험대…"동대문에서 민주노동당 뿌리 내릴 터"

"10월25일 제가 당선되면 다음날 언론은 '기호3번 장화식 당선'이라고 쓰지 않을 겁니다.

'동대문이 썩어 빠진 기존 보수정치를 심판했다.'라고 보도 할 겁니다. 동대문 주민 여러분!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습니까."

14일 15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전농 초등학교 합동유세에서 민주노동당 장화식 후보는 열띤 주장을 펼쳤다. 지난 9일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10·25 재선거.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민주노동당에게 이번 재선거는 '보수정치 심판'과 함께 '수도권 제3세력 부상'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 테러전쟁으로 안팎이 시끄러워 자칫 묻힐 수 있는 선거분위기지만 선거판에서는 한표를 잡기 위한 각 정당들의 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제도권 정당 후보에 맞서 '진짜 노동자 서민의 친구' 강조
동대문(을)은 지난 총선에서 단3표 차이로 낙선한 민주당 허인회 후보의 강세와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다.

이러한 판세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87년 우신전자노조 부위원장, 97년 외환카드노조 위원장을 거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장화식 부위원장(39)을 동대문(을)에 내세웠다.

"14만 유권자가 모여 있는 동대문은 많이 낙후된 곳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노점상, 일용직, 영세상인 등 중하층이구요. 주민들을 만나보면 딱 두 가지 반응입니다. '정치는 싫다', '살기 어렵다'죠." 900개가 넘는 동대문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있는 장화식 후보의 말이다. 장화식 후보는 오전 5시쯤 일어나 동네 주민들과 운동하고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 인사, 나머지 시간에는 끊임없이 상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또 만난다. 14일, 21일 합동유세, 17일 24일 정당유세 등을 빼면 자정까지 계속되는 하루 일과는 비슷하다.

"주민들을 만나면 우선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서민을 위한 당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립니다. 그리고 IMF이후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느냐 등 현장의 애환을 공유하며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죠." 장화식 후보는 집권당의 단골메뉴인 지역공약보다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고용안정 특별법, 조세제도, 비정규직 문제 등 민생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주민들에게 접근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요구는 칼국수집, 떡볶이 집 거의 비슷합니다. 제 손을 굳게 잡고 진짜 힘없는 서민을 위해 일해달라고 부탁하죠."

■ "투표 불참자 65%의 표를 잡아라"
"단적으로 예측하면 이번 투표에 유권자의 35%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이 중 민주당이 15%, 한나라당이 15%, 나머지 5%를 놓고 우리 당과 사회당이 나눠 갖겠죠."

재선거, 테러전쟁, 정치 배척이라는 배경 속에서 동대문(을)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한나라당 찍을 사람은 35% 안에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나머지 65%의 유권자는 정치 불신으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부류죠. 우리의 표밭은 여기에 있습니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표는 진보정당으로 온다는 것이 선대본의 생각이다. "우리가 65%의 불참자 중 20%만 투표하게 만들면 민주노동당이 이길 수도 있죠.(웃음)" '당자 붙인 민주노동당도 똑같아'라고 말하는 유권자를 설득시켜 '어! 이번에 투표 안 하려고 했는데 당신들 다르네, 찍지 뭐'로 마음을 흔들어 버리면 '당선'도 가능하다는 것이 선대본 정종승 상황실장(사무금융노련 기획국장)의 희망찬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깊은 침투'가 필요하단다. 장화식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큰 이벤트보다 품이 많이 들지만 상가 '한곳, 한곳',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이 작아서 내가 찍어준다고 당선되겠나! 라고 말하는 당신이 찍어주면 됩니다." 선거운동원들은 자신감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장화식 후보 뒤엔 우리가 있다."
장화식 후보의 버팀목인 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과 권영길 당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주력 부대로 중앙당, 사무금융노련, 지부·학생 당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선거운동원 중 하루종일 뛰는 사람은 대략 50여명, 일명 '파트타임' 운동원도 20명이 넘는다. 선대본에 걸려 있는 동대문(을) 지도의 크기를 볼 때 운동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선거운동원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돈이 세나, 정신 무장이 세나. 솔직히 비슷비슷합니다. 하지만 어려울 땐 역시 정신쪽이 강하더라구요." 장마비 같이 비가 '억수로' 내린 선거 운동 첫날, 다른 당 선거운동원들은 '쓱'하고 사라졌지만 민주노동당 운동원들은 입술이 파랗게 질려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시간에 맞춰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저녁에 선거본부로 과일을 한아름 가지고 온 주민도 있었습니다. 어떤 남자 주민은 술 취해 사무실로 올라와 제발 노동자 좀 위해 일해달라고 당부까지 하더군요. 유세하다 보면 음료수 사주는 사람들도 있구요." 국에 밥을 '턱턱' 말아 10분도 안된 시간에 점심을 다 먹고, 또 다시 밖으로 나가는 선거운동원들. 이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유권자였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오래 전부터 들어왔고 당연시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판이 벌어졌을 때, 정치세력화를 위해 집요하고 치밀한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종승 상황실장은 이번 선거를 뛰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아직 구호성, 회의자료 속 문구인 측면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털어놓는다.

"일단 선거는 선거니까 열심히 해서 최대한 표를 얻는 게 목표입니다. 더불어 이번 기회를 통해 노동운동에 불모지인 동대문(을)에 민주노동당의 뿌리를 내릴 겁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당과 노조 결합 선거의 모범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지만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화두를 품고 장화식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쉼 없이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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