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25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좁고 환기도 되지 않는 선실에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목숨을 잃은 것 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면서 이들이 한국에 몰래 입국하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임금격차가 심할 경우 국내건 해외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이익이 된다. 국가간 노동력의 수출국은 노동자의 해외 진출로 보다 높은 대가를 지불 받게 되며 노동력수 입국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어 생산비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시장의 원리는 나라간의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이 가능한 경우에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40 여년간 고도성장의 결과 중국 몽골 등의 국가들과 엄청난 임금의 격차가 이루어진 반면 이 나라들과의 노동력 이동은 매우 제한된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결과적으로 밀입국자가 늘어나고 또 합법적으로 입국한 산업연수생들의 이탈도 점차 가속화하고있으며, 기타 불법체류자도 누적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개략적인 통계를 보면 현재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인 산업연수생이 8만6000여명이고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23만여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그동안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이탈, 불법 체류하는 근로자가 4만8000여명에 이른다. 불법체류하게 되는 경로도 다양하다. 산업연수생으로 위장해 배치된 업체에서 이탈하여 불법체류하는 경우, 현지 브로커들과 함께 국내업체에 출장업무 등의 허위서류로 단기비자를 받아 입국 후 불법취업하는 경우, 초청장 또는 여권 등을 위조해 입국 취업하는 경우, 국내 농어촌 빈곤총각을 대상으로 위장결혼 입국 후 취업하는 경우, 그리고 최악의 경우가 밀입국하는 경우 등이다.

왜 이렇게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는가.
첫째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먼거리(distant)의 소위 4D 업종에 대한 국내 근로자들의 취업기피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소기업의 생산에 상당한 몫을 기여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공급체계의 비탄력성에 있다. 현재 합법적인 산업연수생은 8만명으로 제한돼 있고 이나마 6000여명이나 초과돼 있어 당분간 산업연수생 할당이 중단될 전망이다. 또 다른 공급측면의 이유는 외국인의 국내 취업 비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중국동포들의 경우 합법적인 산업연수의 경우에도 현지 알선인들에게 상당히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입국한 산업연수생들은 이미 지불한 비용에 당초에 계획했던 수입을 올리기 위해 불법취업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미비와 외국인 근로자들의 법경시풍조도 불법체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책이 선발 도입은 중소기업청, 출입국관리는 법무부, 또 산재 등 근로정책은 노동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종합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상당기간 국가간 임금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요가 있는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다양한 제도적인 뒷받침과 정책이 요구된다. 현재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산업기술 연수사증발급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한 제도적 미비를 보완해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 일관성도 문제다. 수시로 불법체류자를 색출 검거하는가하면 한편으로는 의료지원이나 산재방지 교육비디오를 배포하기도 한다.

모든 정책에는 서로 상반되는 효과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 노동시장을 개방하면 국내실업률이 높아지며 임금이 떨어질 것이고 방치하면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인력부족을 겪게된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지만 우선은 현재의 산업연수생 제도를 보완하여 그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업종별로 부분적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여하한 경로로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라도 근로자로서 기본적인 여건이 주어져야 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우리경제가 매우 어려웠을 때를 회상하면서 그들을 인도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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