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사관계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파업사업장도 줄어들고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 쟁점도 제기되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단축논의가 난항 끝에 연내 입법화가 불투명해지면서 전반적인 제도개선논의의 긴장도 이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소강국면에서 이번주는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와 ILO 자문단의 한국방문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개의 사건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지만 단병호 위원장의 재구속이라는 쟁점으로 연결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이번 10월 16일 대의원대회에서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원래 이번 임시대의원대회는 지난번 대의원대회에서 이월된 안건인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투쟁계획, 국고보조금 수령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으로 내부의 이견보다는 단합된 대정부 투쟁의지를 모으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로 볼 때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방향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와 DJ정권퇴진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1월 11일 노동자대회와 12월초 민중대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집중하는 안 등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보면 하반기에 투쟁의 구심에 설 수 있는 대기업 노조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라서 투쟁동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LO 자문단은 10월 16일부터 방문해 우리나라의 노사정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정부 등 노사정 단체 면담 뿐만 아니라 단병호 위원장 특별면회를 비롯해 노조간부 구속자 문제, 공무원노조 도입 관련 조사활동도 벌일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2일 이번 방한에 대한 관계부처 담당자간 대책회의를 갖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노동계쪽에서도 이번 기회에 이들 노동현안을 집중적으로 제기한다는 계획이어서 ILO자문단 방한을 둘러싸고 노정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두가지 사안은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 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만큼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의 영향범위가 넓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은 노사정 역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민주노총으로서는 조직 대표의 문제인 만큼 단위원장 재구속 문제를 중심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척관계는 더 분명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또한편으로 단위원장 재구속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조관계의 토대는 약화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 문제는 반대 입장이지만 이문제를 놓고 직접 투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민주노총이 단위원장 재구속 문제에 집중할 수록 양대노총의 공조체제의 토대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에 대해 검찰은 23일께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때까지 천주교 정의평과구현사제단 등과 함께 단위원장 재구속의 부당성을 홍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단위원장 재구속으로 인한 여론의 부담을 얼마나 느끼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 정부로서도 단병호 위원장의 재구속을 통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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