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합병은행 출범예정일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김병환 위원장(46세)은 지난 12일 오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합병저지를 강력하게 내세운 김병환 위원장 집행부가 당선된지 꼭 한달만의 일이다.

눈이 붉게 충혈돼 있는 김병환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희생'과 '양심'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김위원장의 고민은 합병저지를 위한 '성과있는 희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돼 있는 듯 했다. 이번 단식은 김위원장으로서 지난 4월 합병계약을 반대하며 행했던 할복에 이어 두 번째 결단이기도 하다. 지난 12일은 합병은행 본부 임원 선임결과 국민·주택의 인원 비율이 7:10으로 나타난 것과 관련, 조합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국민은행 조합원들에게 이제 합병은 곧 고용불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집행부는 위원장의 단식과 동시에 철야농성에 돌입했으며, 노조 사무실 내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지나치며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진지하기까지 했다.

- 10월 총력투쟁을 밝힌 상황에서 단식에 돌입한 이유는.

= 지금껏 합병과 관련해 노사간의 협상 테이블 한번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의 응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합병주총을 놓고도 변호인단 모두가 불법성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책이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식으로 사람이 죽어간다고 하면 대통령도 인간인데 냉담하게는 못하지 않겠나. 지금 추진하는 합병은 불법이므로 여전히 합병철회 요구는 유효하지만, 지금 시기에는 무조건적인 합병철회 요구보단 6개월간 합병중단·재검토 등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대통령 면담이 필요하다.

- 파업까지 갈건가.

= 한달간 합법적인 틀속에서 투쟁을 해왔지만, 대통령 면담 이뤄지지 못하면 김정태 행장같은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지막으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경수 전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노조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성과없는 희생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병환 위원장은 축구선수 출신으로 국민은행 실업축구팀에 입사해 은퇴후 행원일은 시작한지는 이제 15년쯤 됐다. 여기서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은 무난하게 때맞춰 승진되고 지점장까지 되는 길을 걷는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분노에 찬 평범한 조합원에서 결단을 필요로 하고 있는 위원장에 당선되기까지는 김위원장의 '운동선수'다운 순수함과 강직함이 작용했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주택 합병을 "이혼이 예상되는 결혼"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주택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안팎의 분위기속에서 김위원장의 단식투쟁이 어느정도 메아리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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