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유동성 위기로 시작된 대우사태가 터진지 19일로 1년이 됐다.

대우가 남긴 빚 70조원은 그대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러와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줬다.

작년 7월19일 김우중 회장은 10조원 어치의 담보를 내놓고 금융권은4조원의 긴급자금을 내놓았으나 한달 여 뒤인 8월26일 이후 12개 계열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제각각 살 길을 찾아 나섰다.

대우 계열의 워크아웃은 소액주주의 반발, 채권단이나 노조와의 갈등 등이 한때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대우자동차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자동차가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 고비 넘겨 = 대우차는 워크아웃 12개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회사.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해외매각작업이 지난 6월2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자동차가 선정되면서 늦어도 9월초에는 모든 계약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차 정밀실사를 거치면서 `딜'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1차 때 포드가 제시한 7조7천억원이라는 가격이 크게 깍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노조의 움직임이 변수다.

대우 구조조정협의회 관계자는 "노조의 움직임이 협상과정에서 어떤 양상을 띨 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우차는 협상과정에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수에서 20%까지 추락했던 시장 점유율을 레조 등 신모델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 6월에는 27%까지 끌어올렸다.

예정대로 계약을 마치면 7조7천억원은 대우차 관련사별로 채권단이 나눠가지게 되고 인수된 대우차 부문은 신설법인으로 새 출발한다.

또 대우차의 잔존회사에 남아 있는 상용차 부문은 이르면 8월말에는 4개업체 가량이 참여하는 제한적인 국제입찰 방식으로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호근 대우 구조협 의장은 "상용차 매각 절차는 대우차 입찰과 같지만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혀 일괄매각이 아닌 분리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차 부문도 마무리할 경우 대우차의 잔존회사는 페이퍼컴파니로 남아있다가 정리될 예정이다.

◇대우중공업 8월 법인분할 = 대우중공업은 8월1일자로 조선해양부문의 새법인인 `대우조선공업'과 종합기계부문의 `대우종합기계'로 분할된다.

워크 아웃 전부터 우량기업으로 평가된 만큼 신설법인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분할과정에서 지분배정 비율을 놓고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법정분쟁으로 비화되기는 했지만 조선 21.34%, 기계 18.08%의 자본금배정 비율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때문에 법인분리가 당초 예정했던 5월1일보다 3개월 지연됐다.

조선 부문은 국내 조선업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수주만 15억 달러 이상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종합기계 부문도 중국 현지법인이 중국내 굴착기시장에서 1위로 부상하고 내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에 철도차량부문과 항공부문을 각각 통합법인에 떼 주고도 올 매출목표인 1조4천11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목표치인 6천203억원의 118%에 해당하는 7천33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대우도 9월 분할 = 9월초 무역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분리한다는 계획으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동안 그룹의 돈줄 역할을 맡아왔던 만큼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22일로 다가온 주총에서 무역부문의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 잔존회사 등3개사로 분할해 본격적인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자산(부채)규모는 대우인터내셔널이 3조8천91억원(부채 3조3천528억원), 대우건설은 5조9천425억원(5조654억원), 잔존회사는3조1천133억원(20조7천195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간 발목을 잡아온 해외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문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5월말 해외 채권단들을 상대로 채권매입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금액기준90% 가량의 참여를 확보해둔 상태다.

해외채권단이 보유중인 대우 무담보채권은 34억 달러에 이르지만 채무조정방안이 실행될 수 있는 최소금액은 29억 달러 선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분할 일정이 끝나면 대외신인도 제고로 수출증가가 기대 빠른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 매각작업 본격화될 듯 = 전문 컨설팅 업체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분할 또는 일괄매각 등 처리방향에 대해 조만간 채권단과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오근 구조협 의장은 "백색가전과 영상사업 부문, 음향기기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어느 방안이 타당한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의 경우 지분매각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브라운관 및 모니터 제조업체인 오리온전기도 올해 안에 매각할 방침이다.

대우전자는 상반기 1조7천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512억원을 기록하면서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매각과정에서 어떤 양상을 띨지 미지수인 상태다.

◇향후과제는 = 대우자동차의 경우 포드가 1차로 제시한 가격7조7천억원이 그대로 유지될 지 여부가 핵심이다.

가격이 큰 폭으로 깎일 경우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데다`제값을 못 받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포드는 매각 대상 대부분을 인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인수를 거부하는 법인의 경우 대우차의 기존 법인에 그대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포드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용 및 협력업체 유지도 주요 관심사다.

㈜대우는 채권자 구조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주총이 열려도 채무조정이나 법인분할을 위한 지분구도를 놓고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안팎의 전망이다.

이때문에 대우중공업도 소액주주들과 법정분쟁까지 갔었다.

실제 ㈜대우의 경우 구조조정협약에 참여한 채권단이 전체의 85% 가량으로 개인이나 신용금고 등은 비협약 채권자로 돼 있어 향후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중에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대우관계사들의 구조조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태를 야기한 인물에 대한 `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물러나기는 했지만 김우중 전 회장의 경우 어떠한 형식으로든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냐는 게 시장의 논리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요양소에서 지병인 심장병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귀국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