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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전국증권노조 한빛증권지부
10여개 동호회로 현장활동 강화…"조직혁신팀 구성 등 스스로 개혁"



"노조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를 보지 않으면 퇴근을 못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조합원도 있는 걸요. 이상한 이야기가 많을 텐데…걱정되네."

투쟁 사업장도 아닌데 전국증권노조 한빛증권지부 홈페이지 각 게시판의 열기는 가히 민주노총 자유게시판과 맘먹는다. 다양한 고민과 의견들. 별반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글마다 평균 100여건이 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화려하게만 보이는 증권노동자. 97년 IMF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과급, 계약직, 매각, 합병 등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었던 증권가. 또 다시 미국테러로 요즘 증권회사들은 비상시국을 방불케 하고 있다. 거듭된 증권가 혼란 속에서 증권노조 한 간부의 "한빛증권노조 참 잘합니다"라는 칭찬을 듣게 됐다.

증권회사들이 빼곡이 모여있는 여의도 한 복판에 위치한 한빛증권노조로 궁금증을 풀기 위해 21일 오후 발걸음을 옮겼다.

* 노조의 자랑거리…현장활동의 '꽃' 동호회

"동호회는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일종의 현장활동이죠. 스타크래프트, 낚시, 축구, 볼링, 여행, 사진, 스키…한 10여개 됩니다."

IMF 이후 도입된 성과급제는 조합원들을 서서히 분열시켰다고 한다. 자본의 논리에 그대로 노출된 증권 노동자들에게 치열한 경쟁은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빼앗아 간 것이다. 여기에 계약직 직원까지 입사하면서 묘한 노-노 분열은 더욱 심각해져 갔다. 증권회사 특성상 전국 지점을 갖고 있어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렵던 한빛증권노조. "결국 사람입니다. 어떻게 끌어들이고 눈높이를 맞춰주느냐가 중요한 거죠." 노조 강은영 수석부위원장은 증권회사 상황에 맞는 노동운동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다고 한다.

전국 50개 지점의 노동자와 본조 노동자가 몸을 부딪혀 땀흘려 뛰는 축구 한판으로 갈등은 조금씩 녹아내렸다. 젊은 조합원들의 뛰어 넘을 수 없는 세대차도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노조라는 울타리로 엮여졌다.

물론 노조 집행부의 '발(足)품'은 동호회로 이어진 연대를 더욱 단단히 해주는데 한 몫 했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전국 분회를 돌아봅니다. 거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죠. 그래도 현장은 노조활동에 기본이자 원칙입니다." 노조 이재진 위원장은 사용자를 움직이는 것은 집행부의 철야농성, 단식농성 보다도 조합원들의 모아진 힘이라고 강조한다. 또 하나, "노동운동 선배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노조의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 1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노조의 초대 발기인들이 아직까지 현장에서 일하며 노조에 대한 '입바른 소리'로 유감없이 애정을 과시한단다. 460여명의 조합원은 단지 '유니온 샵' 만으로 묶여진 것이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임원을 징계한 노조

"지난해 단협에서 2년 근무자에 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얻어냈습니다." 장기투쟁으로 대표되는 호텔롯데노조, 이랜드노조의 핵심 쟁점이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그런데 한빛증권노조는 집회 한번 없이 얻어낸 것. 한빛증권도 비정규직이 30%정도를 차지하는 등 점점 비중이 늘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지지가 컸습니다. 산별노조의 힘도 작용을 했구요." 소산별 형태인 증권노조가 10명의 지부장을 동원해 대각선 교섭을 벌인 것이 경영진에게 압력으로 작용했고 조합원들은 파업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할 수 있다'는 열기를 보여줬던 것이다.

"회사 48년 역사상 노조가 임원의 업무를 정지시킨 건 처음입니다." 노조는 임단협 문제도 중요하지만 증권회사의 경우, '책임경영'이 무엇보다 우선 한다고 한다. 올 초 투자를 잘못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임원을 노조가 직접 나서 징계까지 이르게 했다.

"임원 실수에 대해 회사가 나서지 않았습니다. 노조가 분회별로 임원징계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고 홈페이지에 여과 없이 실었죠. 조합원들도 모회사인 한빛은행 앞에서 집회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흔들림 없던 회사는 임원을 징계했고 조합원들은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집회를 하지 못해 아쉬워했다는 뒷 얘기도 있다.

내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편입 논란…"조직혁신팀 구성 등 노조가 먼저 나선다."

"금융지주회사 편입에 일단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검증되지도 않은 제도 속에 노동조건, 고용문제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없습니다."

모회사인 한빛은행이 금융지주회사에 들어가면서 손자회사로 남은 한빛증권의 앞날이 조금은 불안한 입장이다. 내년 상반기 정도 금융지주회사 편입, 매각 등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일단 노조 스스로 미래를 준비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죠." 노조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직혁신팀을 만들어 '스스로 개혁'을 준비했다. '모범부서 벤치마킹,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 1인 2자격증 갖기 운동, 독서캠페인, 자기혁신캠페인…' 조직혁신팀이 실천사항으로 내건 '기발한' 내용들 중에 일부다.

"회사를 더욱 사랑하는 건 오히려 직원들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진정 조직을 아끼는 관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경영진이 전혀 동요를 하지 않을 때 정말 힘이 빠진다는 이재진 위원장. 경영진 보다 먼저 움직여 아래로부터 개혁이 이뤄진다면 꼿꼿하던 '위'도 변하지 않을까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한빛증권노조 사무실은 일반 관리부서와 바로 맞붙어 있어 작기도 하지만 현판이 없다면 구분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문은 항상 열려있다. "노조의 문턱을 낮춰야 조합원들이 편안하게 들어옵니다."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증권노동자들의 하루 업무가 끝나 가는 오후 5시. 지나가는 조합원에게 물었다. 노조 욕 좀 해주세요. "대여해주는 비디오가 구닥다리라는 것 빼고는 없는데요.(웃음)"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조 간부들의 노력에 조합원들은 신뢰로 화답하고 있었다.

김소연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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