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7일 실업급증 소식이 발표되면서 미국민들 사이에 조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계속된 대기업의 대량 해고 후유증이 이제 서서히 실업률 통계에 반영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연이틀 미국 경제 하락 가능성을 주요 이슈로 다루고, 불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실업률 상승에 우려감을 표시했으며, 부시의 참모들은 일제히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소비심리 위축 우려 =8월말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에 이은 고용상황 악화 소식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에 8월중 NAPM(전국구매자관리협회)이 조사한 비제조업 지수가 하락(7월 48.9→8월 45.5), 비제조업 분야의 상황도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무너지고, 미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긍정론과 비관론 중 이제는 비관론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다. 모건스탠리의 미국경제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리차드 버너는 “경기가 바닥권 행진을 계속 할 것이며, 언제쯤 경제가 회복돼 샴페인을 마실 수 있을지를 논의하기는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 성장률 하향조정 = 실업률 발표 직후 월스트리트의 증권사들은 일제히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는 올 3, 4분기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와 3.0%에서 각각 1.0%로 낮췄다. 리먼 브러더스는 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 워버그도 1.8%와 3.1%로 전망했던 3, 4분기 성장률을 0.5%와 2.0%로 수정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모임에서 8번째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25개 국채 딜러 기관중 24개 기관이 금리 인하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0.25% 포인트와 0.5%포인트사이에서 금리 인하폭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폴 오닐 재무장관은 8일 “실업률은 후행변수이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다른 사인들이 있다”면서 여전히 경기 회복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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