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온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대규모 채용계획을 발표했던 대부분의 IT 기업은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결원이 발생할 때 한해 보충하는 소극적 인력 조달 정책으로 전환했다.

무선호출기나 개인용 컴퓨터(PC)업계를 비롯해 올 들어 실적이 부진한 업종은 생존차원에서 감원까지 단행하고 있다.

IT부문 고용사정이 나빠지다보니 어쩌다 신입이나 경력직원 채용공고를 내는 기업이 나오면 수천명이 몰려 경쟁률이 100대1을 웃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살아남기 위한 감원

호출기 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 www.seoultel.co.kr)은 얼마전 기술직 직원 40명을 자회사로 내보낸 데 이어 남아 있는 70명을 대상으로 10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주력사업인 호출기 서비스가 사용자가 감소하자 사업을 접고 지주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지난달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삼보컴퓨터( www.trigem.co.kr)는 선별작업을 거쳐 곧 100여 명을 명예 퇴직시킬 방침이다.

실무진 위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거친 삼보는 PC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감원을 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 800명, 경력 300명을 채용한 삼성SDS( www.sds.samsung.co.kr)는 올 하반기 신규채용이 없다. 결원이 생기는 부서만 상시채용으로 보충할 방침.

삼성SDS측은 "당장 인력감축 계획은 없지만 추가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0여 명을 뽑은 동양시스템즈( www.tysystems.com)도 결원에 대해서만 수시채용으로 확충할 뿐 대규모 공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한 인터넷 기업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고 있다.

포털서비스업체 심마니( www.simmani.com)는 최근 팀별로 불필요한 직무를 없애고 20%에 이르는 인력을 내보냈다. 70명이던 심마니의 직원수는 현재 53명.

영상채팅서비스업체 오마이러브( www.ohmylove.co.kr)도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는 여행사업부문을 없애면서 인력을 15%가량 줄였다.

■ 낙타에 바늘구멍 같은 일자리

한편 최근 동기식 차세대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LG텔레콤이 지난 5일 마감한 사원모집에 무려 7753명이 지원했다.

LG텔레콤은 신입사원 20명, 경력사원 30명을 선발할 예정이므로 경쟁률은 155대1에 달한다.

특히 기술개발. 운영, 네트워크 분야에 지원한 2027명 가운데 석박사 출신이 425명(21%)에 이르고 이공계 박사출신이 17명(4%)이나 지원했다.

외국 IT기업의 대량 감원 계획도 국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이 잇달아 대량감원을 발표하고 있어 IT 고용부문의 찬바람은 더욱 매섭게 불어닥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들의 감원계획은 지난 6개월동안에만 30만명에 달했다.

관련 부품업체들도 20만명의 감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된다.

PC나 반도체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휴렛팩커드와 컴팩도 비용절감을 위해 추가로 대량감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위의 반도체업체인 일본 도시바는 최근 경기침체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1만88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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