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민간교류로 '마음의 통일'부터

8·15민족통일대축전 남북공동행사를 주관했던 남쪽 추진본부(상임집행위원장김종수 신부)는 남쪽 통일운동 세력의 ‘느슨한 연합단체’ 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7대 종단 그리고 한총련, 범민련남쪽본부, 민주노총,전농, 전국연합 등 진보적 38개 (통일)운동단체가 모인 통일연대 등 보수 진보종교계 등 다양한 세력들이 한울타리에 모였다. 그러나 단순히 `한지붕 3가족'이 아니다. 7대종단이 불교 기독교 등 서로 다른 종교적 색채인 것도 그렇고, 민화협하나만 해도 개혁적 시민·사회단체와 통일운동단체에서 재향군인회 등 보수적단체, 정당 등을 망라해 한지붕이라고 부르기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꼭 11년 전에도 비슷한 성격의 통합 통일운동체가 있었다. 90년 발족한 범민족대회추진본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11년 범민족대회 서울대회가 남쪽 정부에 의해 불법규정을 받은 반면 이번 평양 공동행사는 남북 당국의 승인·지원 아래‘합법적’ 으로 열렸다. 바로 이 대목이 지난 세기 민간 통일운동의 결산이자 새세기 통일운동의 첫걸음으로서 이번 행사의 역사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격심한 논란이 드러내듯 문제는 있다. 남쪽만을 보자면, 무엇보다방북 대표단 내부의 논란이 보여준 남쪽 통일운동의 서로 다른 경향을 꼽을 수있다. 한 통일운동 관계자는 이 경향을 “제도통일을 앞세우는 범민련식 통일운동과 사람과 마음의 통일을 중시하는 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통일운동의 편차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행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도 다르게 나타난다. 남쪽 추진본부의 김창수 정책팀장은 “중요한 것은 사상 최초의 남북 합동 미사를 비롯해 남쪽 대표단 340여명이 평양에 머문 엿새동안 북쪽사람들과 속 깊은 대화를 통해 마음의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남북 민간교류·협력의 지속과 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일 밤 고려호텔 2층 카페에서 남북 문인들의 시낭송회를 주도했던 소설가 황석영씨도 비슷하다. 그는 “요란한 정치행사보다 남과 북의 대중이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정서적으로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걸 대개 감상적이라고 치부해버리는데 출발은 여기서부터”라고 말했다. 사실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앞 개·폐막식 행사 참가 논란과 ‘만경대 방명록파문’ 에 묻혀서 그렇지 이번 행사는 민간교류의 지속·확대 측면에서 보면 나름대로 풍성하다.

당장 21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명기된 △내년 8·15 서울행사북쪽 대표단 참가 △일제 강점기의 만행 폭로와 사죄·보상을 위한 다양한 공동행사 △독도영유권을 지키기 위한 학술토론회 개최 등이 있다. 부문별로도10월3일 개천절 기념 남북공동행사(민족종교협의회), 10월께 비무장지대 평화촌국제행사(민예총, ‘내사랑경의선’ 등), 6·15공동선언 실천 남북여성통일대회등이 합의됐다. 공동보도문 2항에서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민간단체들이 적극 연대”하기로 명시한 것도, 당국간 관계를 보완하는 민간부문의 구실을 시사한다.

이른바 ‘남남갈등’ 에 대해서도 남측 추진본부 김창수 정책팀장은 “중요한 것은 의견의 다름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문제도 성과로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가 의견이 다른 사람·세력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문제를 고민할 때 이제는 남북· 북미관계만이 아니라 남쪽 사회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중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통일운동에 던져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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