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공적자금 논란일듯 정부와 금융노조가 은행구조조정과 관련해 파업사태까지 겪는 진통 끝에 몇가지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진행될 은행구조조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에 밝혔던 방침에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합의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가장 주목되는 것은 공적자금투입은행의 진로와 관련된 것이다.

정부는 합의문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방식을 통한 은행구조조정의 원칙과 시기를 명확히 했다.

9월까지 은행들로부터 경영정상화계획을 받아 10월중 금융지주회사 편입 대상을 선정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산건전성을 높여준 뒤 지주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경영정상화계획 제출 대상은 자기자본비율이 8%(6월말 기준)에 못미치는 은행과, 공적자금이 직접 투입된 은행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일단 금융지주회사에 편입 검토 대상이 되는 은행은 평화은행과 2~3개 지방은행, 그리고 한빛 조흥 은행 등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은행파업을 겪으면서 한빛-조흥-외환이나 한빛-조흥-서울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한꺼번에 금융지주회사 아래 묶는다는 구상은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부실은행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피대상이 돼온 부실은행의 몸값도 다소 높아질 전망이다.

부실은행을 떠안는 대신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국민부담으로 부실은행을 살린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최범수 자문관은 “그동안 불확실했던 2차 구조조정 일정을 확실히 제시했다는 게 이번 합의문의 가장 큰 의미”라며 “연말까지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바빠진 은행들=구조조정의 방향이 비교적 뚜렷해짐에 따라 각 은행들은 2차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흥과 한빛은 정부의 공적자금투입은행간 통합방침이 한발 후퇴된 것으로 보고, 자구계획을 성공시켜 그동안 추진해온 독자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번 합의 결과 독자생존을 위한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은 정부가 애초 추진하려던 은행간 지주회사 방식 대신 보험·증권 등이 업종 금융기관과 손잡고 각각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키는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영실사가 진행중인 서울은행도 해외매각 대신 자구계획을 통해 독자생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생존 가능성이 적은 지방은행들은 공적자금이라는 안전판을 방어벽 삼아, 지주회사냐 합병이냐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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