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특급호텔의 잇따른 파업으로 관광산업에 주름살이 지고 있다.

파업 호텔들의 손실 액수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은 물론, 이번 사태로 한국의 이미지가 적잖은 타격을 받아 장기적 손실은 더욱 클 것으로 관광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33일째 파업 중인 롯데호텔은 객실·면세점의 영업손실과 시설파손 액수가 35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작년 7월 90%를 웃돌던 이 호텔 객실이용률은 현재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그랜드호텔은 노조의 유니언숍 도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지난달 10일부터 파업 중이다. 이 호텔이 밝히는 현재까지 피해액은 40억여원. 작년 6~7월 95~100%이던 객실이용률은 올 파업기간 중 65~70%에 머물고 있으며, 신규 투숙객은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식·음료장은 뷔페식당과 커피숍만 문을 열고 있는 상태다.

외국인 장기투숙객 위주인 아파트형 객실 300실의 경우, 청소 등 기본적 서비스도 어려워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호텔 신동식 이사는 밝혔다. 신 이사는 『이들은 대부분 외교관, 외국기업 지사장 등 해당국 여론주도층이라, 우리 호텔뿐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 손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부터 19일째 파업 중인 힐튼호텔의 객실이용률은 80%대지만, 이는 롯데호텔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옮겨왔기 때문이라고 호텔 관계자는 말했다.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컨벤션센터와 식음료장의 영업은 거의 중단돼 있다.

또 파업 호텔에서 예정됐던 국제행사의 파행운영도 불가피했다. 롯데호텔의 경우 이번 파업기간에만 「8개국 국방장관 6·25 50주년 기념 참가 대표단회의」, 「동남아시아 국책은행총재 서울총회」, 「일본 교통공사 Net club 서울총회」 등 해외행사 4개를 취소해야 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엑스 등 다른 호텔 행사장을 급히 찾아 행사를 마치기는 했지만 주최 측과 참가자들로부터 항의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호텔 파업 사태는 특히 일본인 관광객 수요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 김영호 일본부장은 『지난달 말 경찰의 롯데호텔 농성 진압과정이 일본 텔레비전에도 여러 차례 방송되면서 일본 현지에서 한국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일본 현지 여행사에 「한국에 가면 안전에 문제가 없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한·일간 항공좌석이 워낙 모자라 당장 입국자 수가 줄지는 않으나 파업이 계속되면 장기적인 관광객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세종대 김홍범(관광학) 교수는 『단기적으로 볼 때 특급호텔의 파업은 관광 한국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호텔 서비스 수준과 임금·고용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관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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