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금융노조 파업으로 정부의 구조조정원칙이 다소라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 하반기가 구조조정을 위한 최적기이며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그동은 금융노조 파업으로 다소나마 흐트러졌던 원칙을 다시 확립하고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있다.

●손실에 대한 책임규명 확립

전문가들은 98년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에 대한 책임규명이 다소 흔들려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손실분담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그동안 부실기업주가 활개를 치고 금융기관 부실 급증에 대해서도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었다"며 "이에 따라 일종의 모럴해저드가 발생한 것이 구조조정이 지연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주나 금융기관 경영진뿐만 아니라 예금자들도 정부의 전액예금보장에 따라 은행 경영상태와 관계없이 고금리만을 쫓아다니는 편향도 발생했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2001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로의 전환을 명확히 명시하고 차질없이 추진함으로써 시장에서의 힘을 길러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영업기반 확충

지금까지는 부실기업이나 은행의 퇴출과 관련된 `하드웨어적 구조조정'이 주축을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기업과 은행이 수익성위주 경영으로 하루속히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무디스 평가단도 "은행 퇴출 위험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앞으로 은행 신용등급을 좌우하는 것은 미래에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건전성 확보를 위해 위험을 줄이기에 급급해 미래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너무 소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금융기관이 부실을 해소하는 것과 더불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업처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기업 차별화 원칙 확립

부실한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그동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시장에서 마땅히 퇴출돼야할 기업과 금융기관이 연명해온 측면이 있으나 하반기에는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박사는 "일부 기업은 시장에서는 이미 생명력이 없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도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퇴출되지 않는한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경우도 정부가 무조건 공적자금을 넣어 살릴 것이 아니라 미래 전망이 않좋다면 과감하게 퇴출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차별화 원칙'이 적용 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외개방 가속화로 경쟁구도 확립

98년 이후 대외개방이 가속화 됐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은 `우물안 개구리'인 측면이 크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대외개방을 가속화해 국내 시장에서도 국제적인 경쟁원리가 도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서울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매각등을 통해 선진금융기법 도입과 아울러 금융시장에서 국제적인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금융기관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등을 포함한 투명성 강화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위한 공적자금 추가조성

전문가들은 아직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적자금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정문건 상무는 "하반기에 구조조정을 위해 추가적인 공적자금 조성이 요구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자금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박사도 "공적자금은 한번에 확실하게 투입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며 "정부가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국회동의를 얻어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함으로써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대한 메시지를 시장에 주고 실제 자금소요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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