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노조

 

신한류로 주목받는 웹툰·웹소설 시장의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창작노동자는 성차별까지 겪고 있었다.

여성노조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하는 여성아카데미 열린 숲에서 장철민·유정주·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 실태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이런 현실을 폭로했다.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은 전시형 플랫폼이다. 플랫폼이 디지털콘텐츠 창작물을 배치하고 전시하면, 창작노동자는 창작물을 구독하는 사람의 수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이용자와 창작자를 늘리기 위해 무료 게재와 구독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독자가 많고 평가가 좋은 작품의 작가에게 계약을 제시한다. 계약을 제시받기 전까지 작품의 기획이나 구체화, 사전 원고 제작 등을 위해 최소 6개월 이상 무임금 노동을 한다. 창작노동자는 작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구조는 같다.

연재계약이 창작노동자 과로·플랫폼 종속 강화

계약 조건은 불평등하다. 계약은 주로 최소 개런티(minimum guarantee·MG)계약을 한다. 최소 계약 금액을 플랫폼 혹은 에이전시가 창작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이후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디지털산업 구조와 노동’을 발제한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디지털콘텐츠 플랫폼 노동은 노동시간이 특정되지 않고, 작품이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했는지 노동자가 알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플랫폼이 가치를 독점하는 ‘지대추구’가 극대화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를 공고히 하는 게 ‘연재’다. 웹툰 연재는 통상 50화를 기준으로 한다. 1화당 70컷 내외를 그려야 하고, 주 1회 연재한다. 웹소설은 1회당 5천500자 내외, 주 5회 연재한다. 연재의 특성상 창작노동자는 플랫폼·에이전시로부터 잦은 업무지시와 수정 요청에 노출된다. 이용자의 평점과 리뷰를 반영해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갑질에 시달린다.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8월3~24일까지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 285명에게 계약·이행 분야의 부당대우 경험을 예·아니오로 물은 결과 계약조건 외의 작업 요구 32.3%, 작업 내용 변경 44.9%, 부당한 지속적인 수정 요구 29.1% 등으로 나타났다.

연재는 과도한 노동으로 이어져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은 지난 7~8월 창작노동자 12명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이같이 지적했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30대 웹툰·일러스트 창작노동자 D씨는 “4~6시간 정도 자는 것을 제외하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자영 교수의 설문 분석에 따르면 창작노동자 285명은 두통·눈의 피로(82.5%·중복응답), 어깨·목·팔 등 근육통(76.8%), 요통(64.9%) 등을 겪었다.

30대 여성 최소 개런티 86만원, 남성 112만2천원

이처럼 창작노동자에게 불리한 환경 가운데 여성 창작노동자는 또 다른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창작노동자 285명 설문 결과를 보면 여성혐오·성차별적 사이버불링 경험률은 절반수준인 54.8%로 나타났다. 여성 창작노동자는 남성 창작노동자보다 계약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인식하는 비율(80.5%)이 높았다. 남성의 비율(50%)와 비교해 차별인식이 큰 셈이다. 동일직무·동일시간 노동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수입이 적다는 인식도 여성 82%, 남성 41.1%로 나타났다. 실제 이 같은 차이는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 창작노동자 평균 MG는 86만1천원인데 반해 남성 창작노동자 평균 MG는 112만2천원으로 격차가 컸다.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도 업계의 성차별 요소를 강화한다. 최 연구원은 “대부분 플랫폼이 댓글을 제공하고 독자의 평가나 요구사항을 반영하도록 한다”며 “페미니즘이 작품에 대한 평가와 비판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면접조사에 참여한 한 20대 창작노동자는 여성혐오·성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가 이른바 ‘메갈작가’ 리스트에 올라 스토킹을 경험하기도 했다.

구조화한 성차별 배경에서 ‘자율규제’ 오작동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플랫폼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계약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기 실태조사 실시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을 당부했다. 성차별 해소를 위한 규제도 강조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자율규제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기보다 구조화한 성차별 배경에서 오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남성편향적이고 왜곡된 성의식 문화가 퍼진 환경에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자율규제가 균형적으로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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