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수 건설노조 조합원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선거운동은 27일 자정에 끝나고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투표다. 유권자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위원장 후보 4명에 대한 지지 글을 연재한다.<편집자>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노조운동이 출발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형성되고 비정규직운동이 본격화했다.

사람의 일생에 비유하면 비정규직운동은 이제 본격적인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투쟁의 경험과 조직력의 부족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지원과 연대를 받아 왔다면 이제 한국노동운동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운동으로 성장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고 생명까지 바쳤다.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조직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노조를 만들고 힘겨운 투쟁을 벌여 왔다.

나 또한 비정규직운동이 화두로 제기된 지난 십수년간 건설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정규직에도 끼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를 조직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이 한국 노동자의 대표조직이 될 수 없다는 각오와 오기로 조직사업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이 모아져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건설노동자들의 처지가 바뀌게 됐다. 사업장에서 임단협을 하고 중앙교섭을 만들어냈다.

일당쟁이 노가다로 불리던 건설노동자들이 스스로 노가다의 굴레를 벗어던져 버리고 현장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로 서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서러움과 분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20년이 넘었다.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를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비정규직 관련법 제·개정,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기된 경제체제의 전환, 2016년 촛불혁명에서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요구는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요구였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희망고문의 시간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난데없는 공정성 논란에 파묻혀 흐지부지됐다.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은 내팽겨쳐졌다. 이제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는 또다시 비정규직에게 가장 큰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지속되는 차별과 희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정권에 기대거나, 우호적 여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권리를 쟁취하겠다는 주체의 자각과 투쟁만이 비정규직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진리다.

민주노총 직선 3기 선거가 비정규직의 인간선언·주체선언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 양경수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직접 곁에서 투쟁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비정규직 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비정규직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양경수 후보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사내하청분회장을 하면서 주도했던 364일간의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절박성과 비정규 노동자의 투쟁 의지를 보여줬다.

양경수 후보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을 하면서 잡월드 투쟁을 비롯해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비정규직 출신이 가지는 동병상련이 있기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위에 따른 연대가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우러나는 분노와 연대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집행부에서 사회적 교섭이 주요한 쟁점이 됐다.

누가 사용자·정부와 교섭하는 것을 부정하겠는가. 다만 자기 힘을 믿고 자기 힘을 발동하지 않으면 교섭이 아니라 구걸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교섭과 투쟁을 통해 경험했다.

불법 도급과 원청의 갑질로 왜곡된 건설현장 또한 사용자를 상대로 한 투쟁만이 아니라 법·제도 개선과 정부의 정책변화를 강제해야 한다.

양경수 후보가 추진했던 경기도와의 노정 교섭은 준비 과정·투쟁 조직화·합의 결과에서 교섭을 위한 교섭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교섭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와 투쟁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적 교섭·노정 교섭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전혀 다른 삶과 노동의 방식,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새로운 전망과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를 책임지겠다고 당당하게 나선 비정규직 동지, 양경수 후보에 대한 기대로 3기 민주노총 선거를 맞게 돼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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