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득균 공인노무사(노원노동복지센터)

코로나19로 뉴노멀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2020년 우리 일상은 크게 변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도 올해 매우 시끄러웠던 한 해였습니다. 경찰청은 3월 “공동주택 시설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다른 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 단속하겠다”고 발표했고, 5월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갑질로 경비노동자가 돌아가시는 사건까지 발생했죠.

이런 시끄러운 과정에서 경비노동자들의 업무 현실화와 공동주택 종사자에 대한 갑질보호 요구가 있었고,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됐습니다.

개정 전에는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가 택배 받기·외곽청소 등을 수행하는 경우 경비업법 위반 소지가 있었습니다. 이번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가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업무 외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또한 입주민·관리용역회사 등은 공동주택 종사자에게 공동주택관리법상 업무 외 지시,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부당한 지시를 받은 공동주택 종사자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시정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입주민 등이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공동주택 종사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강화됐습니다.

경비노동자들이 경비업무 외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게 됐고, 갑질에 대한 보호 규정도 마련됐으니 해피엔딩일까요?

이번 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노동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지는 내년 상반기에 결정됩니다.

우선, 공동주택 경비노동자가 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업무가 내년 상반기에 대통령령으로 결정됩니다. 현재 많은 아파트에서 택배수령·주차관리·외곽청소처럼 시설경비업무가 아닌 공동주택관리업무를 경비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업무 외 건물 내부 청소 등이 포함된다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량은 과중되고 아파트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대량 감원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비노동자들의 업무에 현재 암암리에 수행하고 있는 택배·외곽 청소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줄어들어 경비노동자에 대한 대량 감원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감시적 노동자 승인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근로기준법에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담당하는 시설경비업무를 감시적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낮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근로시간·휴일·휴게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24시간 격일제라는 전근대적인 근로형태가 유지되면서 급여 수준을 일정정도 조정할 수 있었죠.

시설 경비업무를 하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적다고 판단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관리 업무가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로 결정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을 감시적 노동자로 볼 수 있을까요?

감시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나타날 현상입니다.

먼저,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적용받습니다. 1일 8시간 연장근무수당도 추가됩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게 되면 1주 12시간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게 됩니다. 불법이네요.

두 번째, 휴일 규정을 적용받게 되죠. 이전까지는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않았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이제 주휴수당을 받게 됩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대부분 용역회사 소속의 간접고용 형태입니다. 용역회사는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공휴일 유급휴일 규정도 적용받게 됩니다.

경비노동자들이 경비업무 외 관리업무를 병행하게 되면 월급여가 80만원 가량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에서는 경비노동자들을 대량 감원하자는 여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히 경비노동자들이 공동주택관리업무를 하는 것이 합법이 됐다, 경비업법 문제는 해결됐다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관리업무를 담당하게 되느냐에 따라, 감시적 노동자 승인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느냐에 따라 경비노동자가 대량 감원되거나 감시적 노동자 승인 취소에 대해 줄소송이 진행되는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아파트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감시적 노동자 승인을 취소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으면서 근무시간이 현실화하는 좋은 미래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내년,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롭게 바뀌는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근무시간 현실화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라는 바람직한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모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전국경비노동자모임에서 경비노동자 소식지를 돌리러 가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세요. 경비노동자가 모여야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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