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을 둘러싼 노·정간 대결은 12일 노사정위원회를 끝으로 일단 봉합됐다. 명동성당과 연세대에서 금융 노조원들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명동 은행연합회관에는 정부와 금융노조의실무자들이 총파업을 막기 위해 노·정간 피를 말리는 대화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금융노조측에서는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유보와 은행 강제합병중단을 주장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정부당국자와 입씨름을 거듭했다. 정부측도 금융개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노조를 설득했다.

어느 편의 잘못을 탓하기 이전에 모두 금융산업 발전을 지향한 생산적인 토론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성숙한 토론과 협상 문화를 통해파국의 장기화를 막았다는 칭찬을 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부터 또다른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정부는 노조와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2차 금융개혁작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1차구조조정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각 은행을 국제경쟁력을 가진 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다시 노·정간의 갈등으로 개혁작업이 중단되고 사회적인 불안으로 연결된다면 금융개혁의 실패와 나라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이 처럼 정부와 금융계가 총파업 강행으로 맞서면서 대립한데는 (노사정위내) 금융특위가 중단돼 제 역할을 못했던 때문이다"면서 "특위가 제대로 가동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언급처럼 이번 노·정간 합의를 토대로 금융계와 금융노조, 그리고 정부가 함께 금융계의 현안을 논의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협상과정에서 정부당국자의 노조에 대한 인식부족도 앞으로 계속될 노·정간 대화를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1일 새벽 협상에서 정부협상팀에 참가한 재경부의 한 국장은 "힘있는 사람이 노조와 얘기하겠느냐"고 비아냥거려 노조와 협상관계자들의 분노를 샀다. 타협점을 찾아가던 협상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의연한 태도와 충분한 논리로 노조측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노·정간 대화나 금융개혁도 계속해서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 100조원을 투입하고 미완상태인 금융구조조정이 이번에는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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