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전태일과 나, 청년활동가
② 살아 있는 전태일의 오늘
③ 시다, 2020년 노동자


1970년대 한국의 대표적 수출산업이던 섬유산업의 말단에는 봉제공장에서 하루 15시간 고된 노동을 견디던 ‘시다’들이 있었다. 2020년 한국 금융산업 말단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쏟아지는 고객민원 속에서 ‘욕받이’ 역할을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1미터 간격의 좁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밀려드는 전화를 받는 상담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매일노동뉴스>는 2020년 ‘시다’ 콜센터 노동자가 처한 환경을 조명하고자 기자가 직접 상담사로 취업해 실태를 들여다봤다.

“행복을 전하는 OOO(보험사 이름) 완전판매 모니터링센터 김진희입니다.”

김진희(가명)씨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고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냈다. 콜센터 상담사들의 상담품질을 평가하는 QA(Quality Assurance) 강사는 진희 언니를 “고객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하는 콜센스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친절로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거나 무작정 자기 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답변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진희 언니는 다른 콜센터에서 일하다 올해 1월 이곳에 왔다. 콜수·상담품질 등 업무평가는 상위권에 속해 있다. 진희 언니는 스스로를 ‘OOO 소속’이라고 밝히지만 그녀와 고용계약을 맺은 업체는 따로 있다. 해당 보험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콜센터 하청업체다. 그녀는 기본급 179만원에, 인센티브 25만원을 받고 일한다. 경력은 의미 없다.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진희 ‘언니(나이와 무관하게 콜센터에서 동료를 부르는 일반적 호칭)’를 만났다. 기자는 해당 콜센터에 취직해 16일부터 3일간 교육을 수료한 뒤 19~20일 이틀간 완전판매 모니터링 상담사로 일했다. 19일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전 기존 상담사의 업무를 옆에 앉아 지켜보고 함께 통화 내용을 듣는 ‘동석교육’ 과정에서 진희 언니가 기자의 담당자였다.

완전판매 모니터링은 소비자가 신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체결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모니터링 상담사는 약관전달·자필서명 여부와 보험상품 면책기간 같은 20여개 질문항목으로 구성된 스크립트를 읽고 고객의 답변을 전산에 입력하는 업무를 한다. 고객 1명당 통상 3~4분이 소요된다.

공통질문과 상황별 응대멘트를 머릿속에 줄줄이 꿰고 있는 진희 언니는 고객과 ‘통화 중’일 때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동시에 전산프로그램에 답변을 입력했다. ‘후처리(고객과 전화를 끊고 전산입력 등 사후처리)’ 시간이 없다시피 했다. 전화가 끊기면 곧바로 다음 콜을 받기 위해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고객과 연결되는 시간이 30초만 넘어가도 “대기시간이 길다”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짧게는 10초에서 길게는 1분가량 지속되는 대기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틈새시간을 이용해 전산입력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대기시간에 컵라면 비닐을 벗기고 스프를 뜯어 곧바로 ‘식사모드’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그녀의 휴식시간은 두 번 화장실을 가느라 총 15분가량 자리를 비운 게 전부였다. 다른 언니들도 밥값을 아끼려고 대부분 도시락을 싸왔다.
 

기자가 배치받은 자리. 약 1미터 길이의 책상 중앙에는 PC모니터와 키보드가 있고 모니터 왼편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다. <어고은 기자>

‘의무’만 가득한 계약서 작성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는 언급조차 없어


입사과정은 간단했다. 지원서는 이름·주소·생년월일 같은 기본 인적사항과 학력·경력사항만 요구했다. 경력란은 아예 비워 둔 채 250자 분량의 짧은 자기소개를 적어서 제출했다. 다음 날 바로 면접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은 3 대 1로 진행됐다. 지원동기나 퇴사 이유 등을 묻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담당자가 업무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면접을 보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합격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교육은 3일 동안 이어졌다. 스크립트와 전산프로그램을 숙지하고, 교육담당자와 일대일로 실습을 하거나 기존 상담사 통화 내용을 듣고 상황별 대응능력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교육과정에서 교육담당자가 강조한 점은 보안유지와 친절이었다.

신입사원은 고용계약서 외에도 정보보안서약서와 윤리강령 실천서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입사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하거나 유출해선 안 된다’ ‘자리를 비울 때는 화면보호기를 작동시켜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QA 강사는 빼곡하게 적힌 서약서 항목을 하나하나 읽으며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보안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노동자 보호조치는 언급조차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응대 노동자’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건강장해 예방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내내 ‘고객사’인 원청 보험회사와 고객에게서 민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말만 이어졌다. QA 강사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늘 공손해야 한다”며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끝이다. 고객이 불친절하다고 느끼면 불친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예방교육도 없었다. 16일부터 20일은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3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기였다. 하루 세 번 체온을 재도록 했지만 형식적 절차에 가까웠다. 37도 이상이 나와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발열 등 유증상자가 발생하거나 사업장 안에서 감염됐을 때를 대비한 어떠한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

1개월짜리 단기계약에 월급은 최저임금
“나이 많아 불러 주는 곳 없어”


이 업체 소속 모니터링 상담사는 기본급 179만원에 콜수와 상담품질 같은 업무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최대 25만원 받는다. 많이 벌어도 2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고용형태도 1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이다. QA 강사는 “스크립트를 그대로 따라 읽기만 하면 된다”며 해피콜 상담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업무’라고 강조했다.

진입장벽이 낮고 단순·반복 업무다 보니 실제로 사회초년생이나 경력이 단절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기자와 함께 입사해 교육을 함께 수료한 7명은 전부 여성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콜센터 업무가 처음이라는 이희정(20·가명)씨는 한 학기를 휴학하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원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사무직을 비롯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거의 없다”며 “닥치는 대로 지원서를 냈는데 그중 한 곳이 여기였다”고 털어놨다.

카드사에서 인바운드 업무를 했던 정수영(48·가명)씨는 “일하던 센터가 없어져서 다른 지역으로 전환배치됐는데 통근 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며 “도저히 다니기가 힘들어서 이직을 결심했는데 인터넷 쇼핑몰 상담은 나이가 많아서인지 이력서를 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바운드는 고객이 걸어온 전화를 받아서 처리하는 것, 아웃바운드는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발신하는 것을 뜻한다. 기자가 일한 콜센터는 아웃바운드 업무를 한다.

콜센터 경력이 있든 없든 신입사원은 모두 최저임금을 받는 1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청업체 매니저는 “지난달에 입사한 사원들 모두 계약이 연장돼 아직 잘 다니고 있다”면서도 “여러분도 저희를 알아 갈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저희도 여러분을 알아 갈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약연장 여부가 업무성과에 따라 불투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자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원청사와 도급계약이 해지되면 고용계약 또한 자동으로 종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연결 120건, 성공 90건’
할당량 채우느라 쉼 없이 일하는 콜센터 상담사


19일 오전 동석교육 이후 오후부터 자리를 배치받았다. 110~120센티미터 크기의 책상 중앙에는 PC모니터와 키보드가, 모니터 왼편에는 전화기와 헤드셋이 있다. 초록색 칸막이를 두고 10개 좌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였다. 이렇게 총 70개 좌석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업무 자체는 QA 강사 말처럼 단순했다. 상담사가 전산프로그램상 ‘대기’ 상태로 놓고 고객이 전화를 받으면 주어진 스크립트를 그대로 따라 읽는다. 고객 답변을 듣고 각 항목별로 ‘예’ ‘아니오’를 체크해 전산에 입력하면 된다. 모니터링 답변을 완료하면 ‘성공’으로, 고객이 “바쁘다” “나중에 하겠다”고 답하면 ‘진행 중’으로 입력한다. ‘진행 중’인 건은 컴퓨터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추후 전화가 다시 걸린다. 연락처가 틀렸거나 보험계약을 취소한 경우에는 ‘실패’가 됐다. 모니터링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체는 거부 건이 나오지 않도록 권고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고객들은 대체로 답변을 충실히 해 주는 편이었다. 전화를 ‘뚝’ 하고 끊어 버리거나 “빨리 좀 하세요”라고 재촉하는 경우는 빈번했고, “왜 자꾸 전화질이냐”며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참을 만했다. 문제는 콜 할당량에 있었다. 교육과정에서 매니저는 완전판매 모니터링과 같은 아웃바운드는 ‘연결 120건, 성공 90건’이 목표라고 했다.

상담사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게시간 없이 밀려드는 콜을 받았다. 점심시간은 팀을 나눠 12시와 오후 1시로 교대로 주어졌다. 화장실을 갈 때에는 ‘휴식예약’으로 전산프로그램 상태를 전환해야 했다. 동시에 여러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콜센터 내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기는 했지만 도통 이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20일 기자는 정신없이 전화를 받았는데도 ‘연결 78건, 성공 43건’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신입사원은 당장 업무압박을 받지는 않았지만 기존 상담사들의 경우는 달랐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퇴근시간 이후에도 떠나지 못하는 사원들이 몇몇 있었다. 이날 퇴근시간이 임박했을 때 기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상담사는 옆자리 동료에게 “언니 먼저 가요. 저 콜 1개가 남아서…”라고 말했다. 퇴근 전 상담사들은 팀장에게 각자 연결건수와 성공건수를 적은 상담일지를 제출해야 했다. 상담사들 전체가 모인 사내 메신저에는 “개인 목표콜 꼭 달성 부탁드린다”는 팀장의 당부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KF94 마스크 착용하고 고객응대, 어지럼증 이어져
“실질적 휴게시간 보장·고객민원 대응방안 마련해야”


상담사들은 1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를 두고 다닥다닥 붙어 일했다. 19~20일 기자가 마주한 센터 내 상담사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상담업무를 했다. 소음이 발생하면 고객과 상담이 어려운 탓에 환기를 하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쉴 새 없이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다. 교육을 받을 때도 마스크를 낀 채 QA 강사 지도하에 스크립트를 소리 내서 하루종일 읽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어지러운 증상이 이어졌다. 실제 업무에 투입되자 일은 더 힘들어졌다. 혼자 중얼거리듯 읽을 때보다 훨씬 더 크고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쯤이면 녹초가 됐다. 특히 보험사에서 비중이 높은 고령층 고객과 통화할 때는 목소리 데시벨을 더 키우고 한 글자씩 끊어서 “청.약.서.류.전.달.받.으.신.것.맞.나.요?”라고 말해야 해 업무부담이 커졌다.

적정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한 KF94 마스크를 끼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된 것은 고작 2일이었고, 기존 상담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콜수를 연결했는데도 어지러운 증상이 심했다.

비말마스크를 착용해도 말할 때마다 마스크가 입안으로 말려 들어와 통화를 하는 데 방해가 됐다. 마스크 착용으로 통화품질이 나빠지면 고객민원으로 이어졌다. 마스크로 인해 상담시간이 잠시라도 지체되거나 상담사 발음이 부정확하면 고객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민원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모두 상담사 몫이었다.

정부 지침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이었다. ‘콜센터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에 따르면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과도한 실적평가와, 평가가 임금에 반영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휴게시간 보장은 불가능하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물릴 게 아니라 마스크 착용으로 고객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상담사가 전부 감내하지 않아도 되게끔 원청과 하청업체가 책임지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크립트 토씨 하나 틀려도 제재

콜센터 노동자는 고객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의 ‘고객사’인 원청사 눈치도 봐야 했다. QA 강사는 교육 당시 ‘고객사 클레임’을 주의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마음대로 스크립트를 바꿔 말하던 상담사는 고객사 클레임으로 인해 상담업무를 못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은 흠이라도 잡히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스크립트 준수’가 중요했다. 모니터링 상담사는 짧게는 20자부터 길게는 200자에 이르는 질문들로 빼곡하게 적혀 있는 스크립트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스크립트에는 고객이 상담사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고객님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2차 질문’ 내용까지 적혀 있다. 팀장은 조회시간과 오후 사내 메신저를 통해 상담사들에게 “스크립트를 그대로 읽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크립트 질문항목을 누락하면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야 했다. 상담사의 녹음된 통화내용을 임의로 듣고 평가하는 QA 강사는 20일 기자에게 “OOO 고객 O번 누락. 재콜하세요”라고 말했다. 스크립트를 마음대로 축약하거나 순서를 바꾸면 QA 강사의 평가에 따라 상담품질 점수가 깎여 임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담사들은 일선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고객과 ‘고객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떠한 재량권도 용납되지 않았다. 상담사는 첫 인사말과 끝 인사말에 ‘원청 회사 소속’임을 밝히게 돼 있다. 고객이 “어디시라고요?”라고 다시 물었을 때에도 “본사에서 전화드렸다”고 응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상담사는 구체적인 보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크립트를 조금만 벗어나도 팀장·QA 강사에게 제재를 받는다. 스크립트 바깥의 내용을 고객이 물으면 “그 질문은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들은 끊임없이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같은 양해 멘트를 반복해야 한다.

2금융권 콜센터 노동자 75% 하청노동자
“고용불안으로 노조 가입률 1% 미만”


콜센터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원·하청 구조에서 비롯된다. 하청업체는 원청사와 1년단위 도급계약을 맺는데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용절감을 우선한다. 초보 상담사를 고용해 최저임금을 주고 상황에 따라 쉽게 자를 수 있는 단기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이유다.

사무금융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조 내 47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2만637명 중 1만5천459명(74.9%)이 간접고용이고, 5천178명(25.1%)이 직접고용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간접고용 중 1만2천426명(60.2%)은 용역·도급업체, 1천780명(8.6%)은 자회사, 1천253명(6.1%)은 파견업체에 각각 고용돼 있다.

콜센터 외주화는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 이후 업체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아웃소싱업체로 넘기거나 자회사를 만드는 방향을 택하면서 본격화됐다. 기자를 고용한 콜센터 운영업체도 해당 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 등 여러 곳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었다. 매니저는 해당업체가 서울에 17개, 지역에 5개 센터를 두고 9천여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센터 하청업체는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대형화되고 있다. 최재혁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국 부장은 “처음에는 인바운드만 아웃소싱을 하다 점차 영역이 확대됐다”며 “비대면 사업 부문이 늘어나면서 콜센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하청업체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가는 반면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나 노동환경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는 역설적으로 노동자들 스스로 권리보호를 외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계약해지를 우려해 노조활동에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희철 조직국장은 “콜센터 종사자 40만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노동자는 2천명으로 노조 가입률이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공공기관 콜센터는 간접고용 비율을 낮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있고, 민간기업 콜센터는 대부분 간접고용”이라며 “ 고용불안 문제는 하청노동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거나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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