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전반전보다 뜨거운 후반전이었다.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 위원장 후보 합동토론회 이야기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2020 민주노총 임원 동시선거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1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위원장 후보 4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회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맡았다. 토론회는 각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상호토론, 언론사 질의응답, 선거운동원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2차 토론회는 1차 토론회 때보다 긴장감이 더했다. 예상치 못한 날 선 질문들이 합동토론회 내내 오갔다. 사회적 대화를 중심으로 한 후보간 대립 구도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후보 상호토론서 김상구 후보 질문 세례=이번 토론회를 장악한 질문은 사회적 대화였다. 후보 상호토론에선 후보들 중 사회적 대화에 더 긍정적인 기호 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에게 질문이 쏠렸다. 상호토론에서는 각 후보가 각 한 명에게 총 세 차례 질문할 수 있는데, 기호 2번 이영주·기호 3번 양경수 후보는 세 번의 질문 중 두 번을 김상구 후보에게 던졌다. 나머지 한 번의 질문은 서로에게 던졌다. 이영주·양경수 후보는 모두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내년 11월 총파업을 공약했다. 김상구 후보와 기호 4번 이호동 후보는 후보 모두에게 한 개의 질문을 던졌다. 상호토론에서 후보별 질문을 받은 횟수는 김상구 후보 다섯 번, 양경수 후보 세 번, 이영주 후보 세 번, 이호동 후보 한 번이었다. 토론회 초중반부터 연달아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김상구 후보는 때로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먼저 이영주 후보가 김상구 후보에게 “한국 민주노조운동 역사상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교섭 또는 노사정 합의가 성공한 사례가 있냐”고 비판했다.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대화 코드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는 상황이 부끄럽다”며 “노사정 교섭 발원지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향했던 문성현 위원장 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김상구 후보는 “1998년 노사정 합의로 노사정 대화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게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민주노총 출신이 경사노위, 더불어민주당 어디에 가 있는 것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민주노총이 1노총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할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김상구 후보는 “투쟁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다”며 “30년 금속노동자로 살아오면서 투쟁을 피하거나 게을리한 적 없고, 투쟁한 만큼 당당하게 요구하고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선거는 교섭국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거나 “교섭 만능주의”라는 비판도 했다.

양경수 후보도 김상구 후보에게 “노사 교섭은 많이 해 봤겠지만, 노사정 사회적 교섭 경험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제가) 경기본부장으로서 노정교섭을 해 본 경험상 사회적 교섭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은데 사회적 교섭을 실현하고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어떻게 해 나갈 것이냐”고 질문했다. 김상구 후보는 “금속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노정교섭·업종교섭을 비롯해 다양한 교섭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해 왔다”며 “3년 안에 어떤 교섭을 어떻게 완결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민주노총 내에서 충분하고 다양한 교섭 구조를 정립하고 어디서부터 실현할 것인지 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섭 만능주의” 비판에 “총파업 만능주의” 받아치기=이호동 후보는 용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호동 후보는 “사회적 대화나 사회적 총파업이라고들 하는데 민주노총의 각종 선언과 투쟁은 당연히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수사로 조직 내 혼선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에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구 후보는 “조합원이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다양한 교섭이 노동자 요구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구 후보가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구 후보는 이영주 후보에게 “제게는 ‘교섭 만능주의’라고까지 표현하면서, 교원과 공무원에 파업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총파업’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며 “그야말로 ‘총파업 만능주의’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연 노동개악을 막아 내고 있는 총파업을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문했다.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이 지금 제대로 싸우고 있는가 하는 것은 김명환 전 집행부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에 물어야 한다”며 “지금 이 시기에 ‘총파업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15~2017년 투쟁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총파업으로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정치방침·정파갈등 해소 방안 묻기도=언론사 질의응답 시간을 거쳐 각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다른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상구 후보는 대선 후보급으로 공약을 많이 한 것 같다”거나 “이영주 후보는 진보정당 다원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진보정당 분열은 민주노총 분열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공격이 이어졌다. “양경수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찾아가는 노동인권 강사단 사업’은 민주노총이 이미 지역본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거나 “이호동 후보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해소할 방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김상구 후보는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전국 선거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며 “민주노총이 1노총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다양한 의제와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영주 후보는 “진보진영 정치세력을 묶어 내는 데도 전략투쟁이 필요한데 한 정당이 주도해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봤다”며 “각각의 정당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은 존중하되 진보정당의 공통점을 뽑아내 내년 (대선) 요구안을 작성하자는 것이고, 그 요구안에 동의하는 단위 후보를 만들고 다양한 정당을 묶어 내는 작업들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후보는 “노동인권 강사단 사업을 하는 곳도 있고 안 하고 있는 곳도 있는데 이것을 전면화·전국화·일반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동 후보는 “대중조직으로서 민주노총 내 사용그룹 정파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일부 갈등이나 조직 내에서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는 실력의 문제”라며 “그래서 준비된 위원장으로의 출마를 선언했고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끝으로 민주노총 임원선거 후보 토론회 일정은 마무리됐다. 조합원 투표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4일 오후 6시까지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달 17일부터 23일까지 결선투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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