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한국의 사용자단체는 어디일까. 사용자단체는 사용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자신들의 집단적 이해를 대변하고 사용자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자발적 조직을 뜻한다. 비슷한 용어로 기업 이익을 대표하는 경제단체, 업종별 품목별 사업자단체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사용자단체는 “노동관계에서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해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단체”다. 그렇다면 경총은 사용자단체 지위에 있는 걸까.

한국 노사관계 분야에서 좀처럼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꺼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중앙연구원이 주최한 ‘주요국 사용단체의 현황과 역할 비교 분석 토론회’에서다. 김일곤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 연구교수가 독일사용자단체 현황과 위기대응을, 정혜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이 일본사용자단체의 정치적 역할과 노사관계를, 이민우 의료노련 정책전문위원이 한국 사용자단체에서의 시사점과 정책과제를 각각 발제했다.

기능과 목소리 다르지만 명실상부한 독일·일본 사용자단체

독일 사용자단체는 우리나라 전경련과 유사한 독일산업협회연합(BDI), 경총과 유사한 독일사용자협회총연맹(BDA), 자영업자와 수공업자 모두를 포괄하는 법정 의무가입단체인 독일상공회의소연합(DIHK)이 있다. 일본에는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과 노동쟁의에 대응하기 위한 노무단체 성격의 일본경영자단체연맹(일경련)이 2002년 5월 통합한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일본경단련)가 있다. 정혜윤 연구위원은 “노사관계 안정화가 경단련으로 흡수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일본의 노사관계 지형은 차이가 크다. 독일은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노사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산별교섭에서 표준화된 작업규칙을 만들고 임금경쟁을 막는다. 일본의 경우 분산적 교섭구조지만 여전히 힘을 유지하는 이른바 ‘춘투’로 거시조정이 이뤄지고 행정부 내에서 노사정이 심의회 등으로 일정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기업 내에서는 노사협조주의가 지배적이다.

전경련 노동전담 위성조직 맴도는 경총
“독립하거나 통합하거나”


한국은 사용자단체를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힘들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경총의 불안정한 사용자단체 지위에 대해 우려하면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경총이 전경련 지배에서 완전히 독립해 명실공히 법적 사용자단체로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아니면 전경련과 통합해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경총은 1970년 전경련 섬유업종 재벌 사용자들이 노동 문제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려고 만든 조직이다. 노무관리를 위해 탄생한 사용자조직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일경련과 유사하다. 하지만 일경련이나 독일의 BDA는 개별 사업장의 분규를 대리교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이민우 정책전문위원은 “국가단위 사용자단체라면 산별 사용자단체를 지도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경총은 일개 개별 사업장의 노사교섭에 개입하고 기업별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사무국 역할만 하고 있다”며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원인은 경총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 때문이다. 이 정책전문위원은 “경총은 설립 이후 50년간 한국 노동문제에 사용자단체로 역할을 수행했지만 법적 사용자단체 지위를 확보하지 않아 사업자단체와 사용자단체 사이 불안정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의 위상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노조법상 사용자단체로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전경련과 통합해 역할을 분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온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용자단체 개념을 정태적으로 고유한 요건을 갖췄나를 기준으로 따지면 경총이 사용자단체가 아니지만 실제 기능적 역할에 주목하면 경총 역시 사용자단체”라며 “(경총이) 정책 분야에서 사용자단체로서 권한을 행사한다면 응당 (산별)교섭 분야에서도 합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나재원 경총 노사협력팀장은 “독일과 일본, 한국은 노사관계 환경이 달라 사용자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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