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가 28일 치러진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당선했지만,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같은 갖가지 노동정책에서 벽에 부딪친 문재인 정부다. 선출될 3기 임원은 그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함께하며 방향을 잡고, 새로운 대통령과 지방정부 수장을 뽑는 정치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4명의 위원장 후보를 인터뷰하고 기호 순대로 나흘간 싣는다. 후보 간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질문을 크게 다르지 않게 했다.<편집자>

“투쟁도, 사업도, 동지들과 소통하는 것도 거침없이 했으면 합니다. 힘 있고 활력있는 민주노총답게요. 그래야 새로운 국면에서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호 3번 양경수(44·사진)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주 슬로건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의 의미를 설명하며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현실을 “정부의 지배개입 포섭전략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민주노총이 “거침없이 새 세상을 주도할” 방안으로는 ‘투쟁’을 꼽았다. 내년 11월3일 총파업을 통해 대선판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전태일 3법’ 입법을 비롯한 민주노총 요구안을 관철시기 위해서는 새 정권의 탄생을 앞두고 치열한 정쟁이 벌어지는 시기를 틈타야 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기호 3번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민주노총이 1노총이 됐는데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 100만의 조합원들과 함께 힘 있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제는 정말 비정규 노동자가 한 번 민주노총을 이끌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고민에서 출마하게 됐다.”

“첫 비정규 노동자·지역본부장 출신, 가장 젊은 후보”

-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 비정규 노동자 위원장 후보다. 비정규 노동자 출신 중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은 물론 후보로 출마한 사람도 없었다. 이 의미는 굉장히 크다. 선거운동을 하다가 현장에서 만나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비정규 노동자 출신이 위원장 후보로 처음 출마하게 됐다’고 말하면 엄청 설레어한다. ‘어, 비정규 노동자가 위원장 할 수 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두 번째 강점은 지역본부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부분 산별노조 활동을 하셨더라. 산별노조 활동만 하신 분들은 자기 산별 현황은 깊이 이해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산별·사업장의 처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역본부장 출신은 전체적인 산별노조·사업장 현황을 많이 이해할 수 있다.”

- 현재 출마자 중 가장 젊은 후보기도 하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노동운동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젊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 활용이나 동일한 세대·후배들과 관련한 고민을 조금 더 폭넓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 공약 중 민주노총 방송국 설립이나 청소년 노동인권 교과과정 신설 같은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라서 낼 수 있는 공약이라 생각한다.”

- 지금의 민주노총은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노총이 기로에 서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민주노총이 1노총이 됐으면 이 큰 힘을 가지고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과 한국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하는데, 정부의 지배개입 포섭전략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탓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의제를 가지고 명확히 투쟁 중심으로 나가야 (제대로 된) 대화 국면이 열리거나 국민적 지지·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도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 정권 탄생 앞둔 치열한 정쟁의 시기 잘 활용해야”

- 슬로건·핵심 공약을 쉽게 소개해 달라.
“주 슬로건은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이고, 부제는 ‘새 세상을 주도하라’다. 100만 조합원의 힘을 가지고 틀을 깨고,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모습에서 달라지는 민주노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투쟁도, 사업도, 동지들과 소통하는 것도 거침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11월3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2022년 3월이면 대통령 선거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내년 9월이면 실질적인 대선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이 시기를 고려하면 내년 11월 총파업을 해야 대선 국면에서 노동의제와 민주노총 요구가 반영·관철될 수 있다.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의제와 시기를 결정해 1년간 총파업을 준비를 하고자 한다. 그밖에도 전국 시·군·구에 민주노총협의회 건설, 노동인권교육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 민주노총 방송국 설립, 택배·요양·돌봄·배달·콜센터·보육 등 코로나19 시기 중요성이 부각되는 노동자의 처우개선 투쟁 등의 공약을 걸고 있다.”

- 민주노총 방송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민주노총 사무실에 조명이나 카메라 장비 등이 설치된 전문 스튜디오를 만들고 PD도 배치해 방송업무를 전담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이나 사업장에 특파원을 둬서 현장 사안을 민주노총 유튜브로 전국에 알려 드리겠다. 민주노총 사업과 투쟁을 조합원들의 손으로 직접 전달해 드리는 소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방송국을 통해 100만명의 조합원뿐 아니라 국민에게까지 민주노총의 고민과 주장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정권 말기에 총파업하는 것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올해 정기국회가 유력한 기회 아닌가.
“전태일 3법이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흐름을 봤을 때는 민주노총이 제기한 전태일 3법의 모든 내용이 다 담기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총파업 투쟁을 통해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권 말기이긴 하지만 내년 11월은 새로운 정권 탄생을 앞두고 치열한 정쟁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국회가 움직이겠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겐 정권 재창출을, 국민의힘에겐 정권 탈환을 도모해야 하는 아주 치열한 시기다.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민주노총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또 코로나19 시기 대규모 투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대규모 군중 집회 방식만으로 투쟁하진 않을 것이다. 변화된 시기에 맞게 새로운 형식의 총파업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조합원들이 전국 1천개 거점에 100명씩 분산해 투쟁하는 방식이나, 공동의 실천을 하는 등 다양한 투쟁 방식을 좀 더 열어 놓고 고민해 볼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내년 11월 전에는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련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무사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은.
“공평한 운동장에서의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이 사회적 영향력을 일정 정도 확보하고 국회에서도 진보정당 의원들이 일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자본편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조건에서 노사정이 참가하는 사회적 대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요구와 의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대정부 교섭을 통해 자기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또 지난 7월에 나온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담긴 내용을 보면 이미 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가는 사회적 대화는 무의미하다.”

“진보정당 단결로 배타적 지지방침 복원할 것”

▲ 정기훈 기자


-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계획을 말해 달라. 
“민주노총당을 만들거나 진보정당을 민주노총의 힘으로 강제해 통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이 더 강한 견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 총파업과 이후 보궐선거-대선-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 속에서 민주노총은 노동 의제를 명확히 하고 진보정당이 이 투쟁에 함께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요구와 가장 일치하는 입장을 가진 정당이 어딘지를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거리에서 투쟁할 때 깃발 들고 나와 주는 정당이 어디인지, 우리가 고통받고 있을 때 손 내밀고 찾아 주는 정당이 어디인지, 우리 문제를 봐 주고 내 일처럼 발품 팔고 뛰어다니는 정당이 어디인지가 투쟁 과정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하거나 노동 중심성이 흔들리는 진보정당엔 명확히 반대·비판 목소리를 낼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 과정을 통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다시 복원할 것이다. 여러 진보정당 중에 골라 찍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의 단결을 실현해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 특정 정당으로 단결되는 것은 아닌가. 양경수 후보는 특정 정당 색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경기본부장을 4년 하는 과정에서 검증됐다고 생각한다. 대중조직은 대중조직 답게 운영을 했다. 정파성이나 자신의 색깔을 대중조직에 투영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조직 질서에 맞게 운영할 것이다.”

- 사무총국 운영 계획은.
“사무총국 시스템을 변화시켜 볼 생각도 있다. 정책실·교육실·조직실 등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방송국 업무를 특화해서 할 부서도 만들 것이다. 사무총국 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최대한 반영하고, 현장 간부들도 추가로 사무총국으로 인입할 것이다. 그래서 상층운동을 했던 경험·노하우와 현장의 목소리가 사무총국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만들 것이다.”

- 조직 내 단결·소통·투명한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민주노총 내에서는 정치적 견해가 달라 발생하는 문제가 있긴 하다. 저는 이것은 충분히 대화로 소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경기본부장에 보궐로 처음 당선됐다. 당시 경기본부는 여러 갈등으로 지도부를 세우지 못하는 조건이었다. 당선되고 나서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됐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지역본부보다 투쟁력이 강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앞서 말한 방송국으로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령 위원장이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 내용·사업 계획 등을 방송으로 주간 브리핑할 수도 있고, 구글독스를 활용해 조합원들로부터 쉽고 빠르게 의견을 수렴할 수도 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조합원들이 ‘위원장이 우리 사업장을 한 번도 안 오네’가 아니라 ‘내가 이 문자를 보내면 위원장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할 것이다.”

- 미래세대를 포함해 전체 노동자 조직화 방안이 있다면. 
“촛불 이후 많은 조합원이 늘었지만 이미 (노조에 문이) 열려 있는 국면 속에서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찾아 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민주노총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공격적인 조직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청년 할당 부위원장제를 도입하거나 전국의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를 같이 발동해 조직사업에 뛰어드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민주노총이 2030 청년세대의 문제에 주목해 특화한 사업을 하거나 투쟁으로 돌파할 때 청년세대 조직화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민주노총이 그런 적이 없다.”

- 민주노총 조직 안팎의 성평등 강화를 위한 계획도 있나.
“민주노총 내 여성위원회나 성평등위원회가 제 역할을 찾게 할 것이다. 조직 내부 성추행 문제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에게 해가 된다는 조직보위 논리로 더 이상 문제를 가리고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해선 안 된다. 2030 세대는 젠더 감수성이 굉장히 민감한데 기성세대는 둔감하다.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 눈높이에서의 성평등 교육을 추진할 것이다. 성평등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장과 좀 더 밀착하겠다. 남녀 임금격차를 비롯해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에 주목하고 이것을 의제화할 것이다.”

- 문재인 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맺을 계획인가.
“문 정부는 이제 다 끝나서(집권 말기여서) 새로 관계 설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문 정부는 굉장히 많이 아쉽다. 한국 사회를 비약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시기였는데 그 기회를 다 잃어 버렸다.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고민하기보단 자본가의 편에 치우쳐져 있는 정부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다.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 설정을 하고 싶지도 않다.”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같이 할 건 같이 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선 명확히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전체 의제를 만들어 가는 데에 한국노총의 협력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경수 후보는
2007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비정규 노동자로 입사해 2013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사내하청분회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해 363일간 고공농성을 지휘했다. 201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투쟁을 이끌었다. 지난해 5월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노정 교섭을 성사시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