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노동자에게 호봉제를 도입하고 승진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이주여성이 이주민 지원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최저임금과 유리천장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한국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공공기관에서 9년째 통번역사로 일했지만 최저임금에 시달린다는 이주여성의 사연을 들은 한 활동가의 말이다.

50여개 여성·이주·노동단체가 함께하는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는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주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다. 이주민 지원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이 선주민과 달리 호봉제·각종 수당·승진체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만 승진·임금인상 배제”

대책위는 피진정인으로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이들 부처 모두 이주민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본지 2020년 11월17일 2면 “통역능력에 장기근속해도 ‘최저임금 수렁’”참조>

진정인에는 공공기관에서 10여년간 통번역지원사로 근무한 2명의 이주여성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이름을 올렸다. 대책위는 피진정인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근로기준법·국가인권위원회법에 위배된 운영지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인을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공공기관에서 이주민 상담 통번역은 가장 기본인 사업인데도 이 사업을 ‘다문화 특성화 사업’이라고 구분 짓는 것부터 차별이 시작된다”며 “이주여성만 특성화 사업에 투입돼 인건비 가이드라인이나 최저승진 소요연한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지난해 정부에 지원정책 강화 권고”

최근 서울시도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특성화 사업 종사자에 대한 호봉제 도입을 건의했다.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관은 지난 11일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공문을 보내 “기본사업 종사자(선주민 노동자)와의 형평성·채용자격·업무량을 고려해 결혼이주여성에 차별 없는 합리적 호봉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처우개선 주장이 나온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서울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협회에 호봉제 도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당 권인숙 의원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이 일하는 직군의 임금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이달10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호봉제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인권위에 의견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2017년 실태조사를 통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외국인력지원센터·다누리콜센터 등 정부에서 위탁 운영하는 센터에 고용된 이주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정뿐 아니라 한국인 직원들과 경력을 다르게 인정받아 승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2019년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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