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지 50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근기법을 적용받지도 못하고, 노조를 만들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하다 터무니없이 죽어 가는 노동자들도 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을 진행 중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상시 사용 근로자 수 5명‘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해 법의 전면 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른 부분도 그렇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는 정말이지 동의하기 힘들다.

거의 매일 신문지상에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개인 사정으로 쉬거나 지각한 적이 없는 A씨는 아버지가 아파서 휴가를 요청했다. 업주는 ”지금 나를 협박하느냐“며 쉬지도 못하게 막았다. A씨는 주에 68시간을 넘겨 일하느라 하루도 약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일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러다 하루라도 나가지 않으면 해고 통지를 받기 일쑤지만,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주에 40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더라도 해당 법조항은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니고, 연차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해고의 제한 등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생리휴가 사용의무도 없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도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휴업을 하는 사업장이 많이 늘었지만, 이 경우에도 휴업수당을 지급받지도 못한다. 어디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나.

이러한 현실에도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번 입법정책적 결정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4명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 배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과거에 유효했던(?) 입법정책적 결정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어떤 노동자들에게는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있었던 그 시절과 다름이 없다. 그러기에 현실은 그게 아니라고 노동계·시민사회가 나서서 ‘전태일 3법’을 입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12일 전태일 열사에 대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무궁화장은 국민훈장(5등급) 중 1등급으로 노동계 인사로는 처음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추서식에 대해 노동·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전태일 열사 정신을 ‘박제화’하지 마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목소리는 아직도 노동자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우리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법을 바꾸기 전이라도 근기법 시행령 별표1(사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에 근기법 조항 전부를 기재하면 될 일이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이 적용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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