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여개 여성·노동·이주단체는 이달초 대책위를 꾸려 공공기관 상담사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대책위는 1차 회의를 진행했다.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 대상 콜센터 상담사들이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민인 이들은 일상적인 생활부터 노동 분쟁까지 한국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통번역 업무를 하고 있지만 임금에 경력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매일노동뉴스>가 여성가족부·법무부·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로 부처별 외국인상담센터 통번역 상담사의 처우를 살펴봤다.

다누리콜 상담사 14년 일해도 계약직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다누리콜센터는 2006년 ‘이주여성긴급전화’로 시작해 올해 사업 시행 15년차를 맞았다.

다누리콜은 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폭력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에게 보호시설을 안내하고 생활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사 채용조건은 결혼이주여성에 한정돼 있다. 결혼이주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건강가정진흥원 관계자는 “(장기 근속자가) 굉장히 많다”며 “2006년에 입사한 분들도 있고 10년 가까이 일하신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콜센터 취업규칙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1년 단위 계약직이다. 주말을 포함해 주 5일, 2교대로 근무한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근속수당도 없어 임금에 경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이중언어 능력과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정보를 통번역하고 상담하지만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없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펴낸 ‘다문화가족 종합정보 전화센터 기능 개선 및 종합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도 다누리콜센터 취업규칙의 문제점은 드러나 있다. 연구진은 “다누리콜센터에서는 경력이 반영된 보수체계나 평가를 활용한 인센티브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인력체계 보상에서 조직 내 경력자의 임무나 위치상의 차이를 통한 내부역량 확대가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경력반영 보수체계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수탁사업·보조금 예산 운영이 원인

다누리콜센터 운영 예산은 건강가정진흥원의 수탁사업으로 분류돼 책정된다.

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콜센터 사업의 비목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누리콜은 폭력피해에 대한 상담 서비스가 주된 업무다.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어 위탁사업비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기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부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외국인력상담센터 상담사는 대부분 정규직이지만 임금에 경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산재 보상 문제를 통번역하는 것이 상담사들의 주 업무다. 경력과 거주 경험이 쌓일수록 업무 능력이 높아지지만 최저임금만 받는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고용보험에서 조성한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센터 관계자들은 민간위탁운영과 불안정한 예산 항목을 상담사 저임금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보조금 사업이다 보니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종료되는 사업이라 호봉제 등이 편성돼 있지 않다”며 “10년차 통역상담원이 1~2명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은 “(노조 등으로) 조직화돼 있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병원을 가거나 은행에 갈 때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상담사들은 한국에 이주해 생활하며 본인이 경험한 것들에 기반해 서비스의 목적에 맞는 역량을 갖고 있어 기관의 핵심 역량으로 보고 처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은 낮은 임금 줘도 된다?”

취업이 가능한 비자 소지자 중 콜센터가 요구하는 언어 구사능력을 갖춘 이는 대개 결혼이주여성이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결혼이민비자만이 취업이 자유로워 (통번역 상담사 업무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직군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며 “정부가 이주여성에게 낮은 임금만 줘도 된다고 본 것이며, 상담사 일자리를 전문적이고 사무적인 일자리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한국여성민우회·민주노총·이주노조를 포함한 50여개 이주노동·인권단체는 이달초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를 꾸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통번역 상담사 실태 조사에 나섰다. 센터·직군별 실태 파악이 끝나면 △통번역 상담사에 호봉제 도입 △승진기회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