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가 지난 9월28일 국회 앞에서 조속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산재사망 발생 사업주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도 제출됐다. 전자는 처벌에, 후자는 예방에 상대적으로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해 온 노동·시민단체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졸속’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조치 확인 의무 부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안전보건조치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산재사망 발생에 대한 처벌과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기업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 발생과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사항, 근로감독관의 지적사항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위반시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개인 500만원 이상, 법인 3천만원 이상의 벌금 하한형을 도입했다. 현행 규정에는 사망사고 발생시 개인 1억원(법인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실제 부과하는 벌금 평균은 개인 220만원(법인 447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은 이어 3명 이상 노동자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는 형의 두 배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동시에 3명 이상 또는 1년 이내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10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조치 확인 의무를 부여한 게 핵심”이라며 “지금까지는 법원에서 대표이사가 고의성이 없다고 빠져나갔지만, 확인 의무 부여로 인해 더 이상 고의성 입증 미비로 빠져나갈 구멍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붕 두 개 법안’ 법사위·환노위 ‘투트랙’ 논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이 지난 12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에서는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했다. 중대산업재해 처벌 수준을 보면, 사망자 1명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에 처하고, 사망자 2명 이상 발생시 가중처벌한다. 법인을 대상으로는 전년도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 10분의 1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한다. 법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 배상액은 손해액의 5배 금액을 최저한도로 했다. 위험의 예방이나 안전보건감독, 인허가 등 결재권이 있는 공무원이 중대재해를 야기하면 처벌한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은 한국노총과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1호 법안으로 추진됐다. 장철민 의원도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소속으로 산재사망 사업주 처벌 입법에 대해 같이 논의해 오다 이번에 당 정책위원회를 거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사위에는 박 의원 발의 제정안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지난 9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명이 동의한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안’이 계류돼 있다.

양대 노총 “정기국회서 제정안 처리해야”

산재사망 발생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환노위와 법사위에서 ‘투트랙’으로 논의하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스탠스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양대 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박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 의원 발의 개정안이 형사처벌 수위가 낮고, 대표이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며, 과징금도 실제 적용될 사업장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졸속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는 시민과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며 “21대 국회는 초당적 협력으로 국민의 엄정한 명령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가진 정당연설회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노동자가 생명을 잃어도 벌금을 좀 더 세게 매기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귀결하려고 한다면 더는 민주·진보·개혁정당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해 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 3법도 이번에 처리한다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며 소관 상임위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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