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 생계 위협, 열악한 노동 환경, 위기의 민주노총. 진단은 같았지만 해법엔 시각차가 있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모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일부 후보는 차기 대선에서 민주노총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한 방안으로 총투표 가능성도 언급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20년 민주노총 임원 동시선거 후보자·언론사 초청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위원장 후보 4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는 주최측이 언론사로부터 취합한 공통질문을 후보들에게 던진 뒤 답변을 듣는 방식과, 각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상호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맡았다.

◇“공세적 사회적 대화” vs “노정교섭·투쟁”=토론회에서는 경사노위 참여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관심을 끌었다. 김명환 전 집행부가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합의안을 두고 내홍을 겪으며 중도 사퇴한 여파다.

기호 1번 김상구 후보는 “1998년 노사정 (교섭) 합의 이후 ‘노사정은 나쁜 것’이라 인식돼 민주노총 내에서 건전한 토론을 못 하고,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공세적인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이영주 후보는 “국제노동기구(ILO)는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선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시키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한국이 그런 상황”이라며 “한국 노동환경에 맞는 전략은 노정교섭”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의 역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서 멈춘 것 같다”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는 “경기본부장 시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교섭을 추진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완강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민주노총은 대정부 투쟁과 대화를 적절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도 “애매하게 묻어가지 않고 명확히 총파업을 결정하겠다”며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시기와 의제를 확정하고 11월3일에 총파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호 4번 이호동 후보는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불참이) 확정된 것을 집행부가 바뀌어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대중조직의 기본 원칙”이라며 “대신 교섭 방침은 우리가 1노총이 됐으니 수세적 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차기 대선에 대한 민주노총의 전략”을 묻는 질문엔 네 후보 모두 단일후보를 희망하면서도 선출 방식이나 추진 강도에는 차이를 보였다. 양경수 후보는 “대선 단일후보 선출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이 과정이 조직적 단결을 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직 내 이견이 있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호동 후보는 “정치방침을 토론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여러 토론과 절차 진행 과정에서 합의점이 모아진다면 좋겠지만 섣부른 논의로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구 후보는 “지금 정부가 반개혁적이고 반노동자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100만 조합원의 힘을 모으기 위해 진보정치의 단일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총투표가 필요하다면 총투표도 열어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주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노동(운동)만으로 세상을 못 바꾼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한국 사회의 모든 (진보) 세력을 합쳐 후보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세세한 선출과정은 당선 뒤에 사업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통일 사업에 의욕=“민주노총의 평화통일사업 방향”을 묻는 공통질문도 이어졌다. 김상구 후보는 “남북통일 사업은 그동안 일부의 활동에 불과했는데,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자주통일이 일어나야 한다”며 “정전협정을 포괄적으로 바꾸는 투쟁에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노동자 합의정신에 입각해 자주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상징성이 큰 남북철도 잇기 사업을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중사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후보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끊임 없이 전쟁 위협이 존재하는 이유는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이라며 “이 시기에 미국 패권주의에 전면적으로 저항해 분쇄해야 하고, 북측에도 필요하다면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후보도 “국방예산과 방위비분담금 요구 속에서 복지나 노동자예산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지배계급을 벗어나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동 후보는 “위원장 당선시 정말 잘해보고 싶은 사업 중 하나가 노동자 통일사업”이라며 “통일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의지를 실현해 보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공약, 회귀적이고 현실성 없어”=후보 상호 토론에서는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씩 돌아가며 총 세 번 주어졌다. 질문 상대는 질문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이영주 후보는 “애정이 있으면 관심도 많다”며 총 세 번의 질문 중 두 번을 양경수 후보에게 했다. 이호동 후보에는 질문하지 않았다. 양경수 후보는 두 번의 질문을 김상구 후보에 하고 이영주 후보엔 하지 않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각 후보에게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양경수 후보는 김상구 후보를 향해 “노정교섭도 할 수 있고 노사정 교섭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대 결정에 반하는 것 아니냐”며 “정확하게 경사노위에도 참여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상구 후보는 “이미 대대에서 불참을 결정한 경사노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로의 공약과 기조를 꼬집기도 했다. 이호동 후보는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의 열기를 상기시키며 총파업·총궐기를 공약한 이영주 후보를 향해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인데 너무 과거 회귀적인 것 같다”며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 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더 자랑스럽게 할 것인지 미래지향적인 입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질문했다. 이영주 후보는 “이호동 후보가 우리 사업계획서를 고정관념에서 읽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합원들이 가장 사랑했던 3년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내년에 진행할 총궐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엑셀을 밟자는 것”이라며 “(총파업은) 방역을 지키면서 여러 장소에서 100명씩 하는 방식 등 도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시민권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영주 후보는 내년 11월 총파업을 공약한 양경수 후보에게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든 여건이 악화된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파업을 내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해 내년 연말에 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직선 1기 사무총장을 수행해 총파업과 총궐기를 만든 경험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총파업을 실현)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양경수 후보는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을 나열해 백화점식 총파업을 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총파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대대에서 의제와 시기를 확정해 10개월 동안 (조합원들과) 함께 준비하자는 구상”이라고 답했다.

김상구 후보는 이호동 후보를 향해 “다양한 분과의 위원회 설치 공약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이호동 후보는 “위원회를 설치하려면 조직적 결의가 필요하다”며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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