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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노동안전보건 글로벌 인터뷰 ③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플랫폼 회사 배달 알고리즘 정부 승인받게 해야”
▲ 정기훈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감염병으로 15일 오전 기준 미국 24만1천여명, 인도 12만9천여명, 프랑스 4만3천여명, 남아프리카공화국 2만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49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질병관리청(옛 질병관리본부)이 일상생활에서의 방역대책을 총괄했다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일터 대책에 집중했다. 콜센터·물류센터 등 집단감염 발생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사업장 방역대책은 코로나19를 맞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 규모별, 업종별, 사업장 내 부서별로 세분화한 방역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으로 높아진 안전보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문성·독립성·책임성을 갖춘 행정기관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가칭 미래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중앙정부에 설립해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 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박두용 이사장을 만났다.

“한국 코로나19 방역 성공, 우연과 필연이 합쳐진 결과”

-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공단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한 사업은 무엇인가.
“공단은 사고사망 감소사업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를 주력사업으로 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는데,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특별한 대책을 내놓을 게 없었다. 현실적인 대책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소독과 개인위생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검사·추적·치료 전략을 내놓았고 공단은 그 정책을 뒷받침했다. 공단이 전력을 기울인 것은 산업용 마스크 보급과 수급관리였다. 지금은 공급과 수요가 안정화됐지만 2월 초만 하더라도 일반인은 물론 기업도 사재기를 하는 등 혼란스러웠다. 사업장 마스크 공급을 공적판매 방식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우리는 두 가지 전략으로 임했다. 산업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자와 유통업자를 만나서 마스크가 한 사업장에 치중되지 않고 고루 분배되도록 하자고 합의했다. 기업에는 사재기를 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고 그러겠다고 답을 받았다. 소규모 사업장이 문제였다. 이들은 마스크를 사재기할 여력도 없었다. 이곳에 공단이 가지고 있던 미세먼지 차단용 방진마스크를 긴급지원했다. 무한정 무료 지원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공급업자와 사업장을 연결했다. 이 같은 초기 노력이 주요했던 것 같다.”

- 사업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결과적으로 세계적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연과 필연이 겹친 결과라 생각한다. 우리처럼 마스크 생산 시설을 갖춘 나라가 그다지 많지 않다. 공기를 통한 전염,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19는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현재로는 없다. 마스크 공급을 관리하고, 국민은 마스크를 잘 착용했던 것이 모범 사례가 되게 했다. 사업장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환기하고 손 씻기를 권장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작은 방역 활동들이 모두 상호작용했다.”

-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노동자집단은 누구인가. 이들을 위한 주요 정책은 무엇이었나.
“업무 특성상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노동자집단이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 대면 업무를 주로 하거나, 대형매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노동자는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함께 모여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도 해당한다. 주로 서비스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필수노동자라고 부른다. 노동강도와 산업재해 위험이 크지만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 업무를 지속해야 해서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공단은 사업장 집단감염에 신속히 대응했다. 콜센터가 대표적이다. 전체 실태조사를 하고 긴급 지원대책으로 칸막이, 마스크, 손 세정제, 공기 청정기 구입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사업장의 특정 위험지역에 대한 관리가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방역은 위기관리 대응이다. 문제가 나타나면 즉각 즉각 대응해야 한다.”

“사업장별·업종별 상황 맞춰 적용할 방역지침 준비”

-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안전은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쓰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는 맞춤형 전략으로 세분화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머지않아 이런 사태는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기존 안전대책은 획일적이고 폭넓어 세분화하는 맞춤형 전략으로 전환하려 한다. 정부는 전국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대응하던 기존 방역대책에서, 7개 지역으로 나눠 대응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지역 상황에 맞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교육부는 초·중·고교에 따라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세분화하고 있다. 사회기능은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지역은 더 세세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국가적 정책으로서 지역별 대응체계에다가 사업장별·업종별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테면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물류센터는 2단계 대응, 제조업은 1.5단계 대응, 야외 건설업은 1단계 대응 등 각 현장 상황에 맞는 대응체계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한 사업장 내에서도 노동환경에 따라 부서별로 대응수위를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현장 맞춤형 방역지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수노동자의 노동조건·처우를 개선하고 사업장 안전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함께 촘촘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역대책을 완비하고자 한다.”

- 코로나19 이후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사업구조 재편까지 예상된다.
“재택근무나 재량근무는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노동관리·안전보건관리는 사용자가 노동자의 일할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짜여 있다. 노동자가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의 노동은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봤다. 그런데 앞으로는 예외적인 노동환경이 정식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기존 안전보건 제도로는 코로나19 이후 대비 못해”

- 우리 산업안전보건제도로 이런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산업안전보건 영역에서 시간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장시간 노동과 어느 시간대에 일하느냐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 영역으로 보고 임금문제로 대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가 통제하는 장소에서는 장시간노동 대책이 나오지만 재택근무·재량근무는 완전히 방치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적용 대상조차 아니다. 안전보건 영역에서 바라보면 국민 건강을 갉아먹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조절하려던 생각에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안전보건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 이 분야에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는지, 산업구조 개편 문제와 관련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가의 개입,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인가.
“근기법 문제로 바라봐서는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안전보건은 이제 노사가 협상해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절대 기준이 돼 버렸다. 절대 기준을 넘어가면 건강을 해치고, 사고가 나게 돼 있다. 돈 더 줄 테니 오래 일해라 혹은 건강을 해쳐도 좋으니 오래 일하게 해 달라, 이런 말은 허용되지 않는다. 배달노동자와 업체가 빨리·많이 배달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그냥 두는 것은 정상적 사회가 아니다. 일정 시간 안에 몇 건 이상의 주문을 받을 수 없게 규제해야 한다. 노사협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책을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어렵다.”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노동안전보건의 목표와 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정책 목표와 방향, 기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 노동안전보건 기준은 소음 크기 같은 하드웨어 중심이다. 앞으로는 노동시간·장소, 노동강도와 위험요인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배달노동에서 플랫폼 회사가 알고리즘을 짤 때 정부가 승인해야 한다. 위험한 수준 이상으로 일하지 않게 해야 한다. 야간에 일정 정도 이상 일하면 돈으로 보상하는 게 아니라 아예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설계해야 한다. 안전은 노사문제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산재 사망사고는 분명 줄 것이다. 그렇지만 화학물질의 만성적 노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의술이 발전해서 곧바로 목숨을 잃지 않겠지만 은퇴 전후 원인불명의 질환에 걸려 오랜 기간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사회적 문제다. 국가 전체의 복지정책, 후손에 부담을 경감하려는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같이 가칭 미래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서 준비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가장 취약한 곳에서 산재 발생,
위기 때 정부 투자 늘려야”


- 코로나19로 산업현장 가동이 많이 둔화했지만 산재 발생은 지난해에 비교해 많이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건설업을 예로 보자. 건설업 경기가 좋아지면 산재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건설업 경기가 나빠져도 증가한다. 이상하다. 건설기성액이 줄어들면 적은 비용으로 건설업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취약한 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괜찮은 곳은 경기의 좋고 나쁨에 따라 변동이 크지 않다. 올해 초 발생한 경기도 이천 화재참사는 정해진 건설비용으로 추진하다, 코로나19로 미뤄지다 마지막에 일을 몰아서 하는 와중에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공사기간을 단축시키지는 않았지만 내용적 단축이 일어났다. 혼재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고가 난거다. 재난은 가장 취약한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는데, 산재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했다. 변명 같지만 그래도 버텨 왔다고 평가한다. 산재로 승인돼 산재급여 지급이 완료된 사례를 보여주는 공식 산재통계로 지난해 사망사고는 855명이다. 올해는 800명대 초반 혹은 700명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재 사망자 감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가 안 좋을 때 정부는 더 많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안전투자 혁신사업을 정부에 제안했다.”

- 산재예방을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행정체계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이 느끼고, 우리 사회가 가진 위험수준에 비해 정책 수준이 낮기 때문에 요구가 분출하는 것이다. 산재사고가 많이 발생하니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이 많다. 노동부 감독이 시원치 않으니 행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자는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다. 안전행정은 그 내용의 복잡함으로 인해 담당기관에 전문성·독립성·책임성을 요구한다. 노동부 업무는 노동·고용정책이 중심이지 산업안전정책이 주가 아니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독립적 예산으로 집행력을 갖추고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실→본부→청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 정부 정책을 일선에서 담당하며 힘든 점은 없나.
“안전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중간에 옆길로 새지 않고 한 길을 가려는 중이다. 다소 더딘 점은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방향부터 다시 잡으라는 지적은 수용하기 어렵다. 공단 순찰(패트롤) 사업으로 사망사고가 줄어든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이 사업의 장단점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 아니라, 대안도 없이 사업부터 중단하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산업안전을 대폭 강화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공단이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부족했던 점은 인정한다. 어떤 사업을 하면 효과가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시대적·역사적 과제인 안전보건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안전보건 영역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비판과 함께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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