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네가 뭔데 마스크를 쓰라고 하냐’며 대뜸 욕을 했어요. 그러면서 마스크를 쓰더니 입 부분을 찢어서 담배를 피우다가 찢어진 틈새로 제게 담배연기를 내뿜었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상사를 불렀더니 고객에게는 사과하고, 저를 질책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제주 신화월드 카지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욕설과 폭언·성희롱 같은 고객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주관광서비스노조는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실태를 고발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직원 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87.8%가 “고객을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답했고, 절반에 가까운 48.9%가 ‘8회 이상’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95.7%가 욕설·모욕·비하 등 폭언을 경험했고, 54.7%는 성희롱을 겪었다고 했다. 이들이 공개한 고객 갑질 사례로 “고객 4명이 가슴을 만지는 흉내를 냈다” “총살시켜 버린다는 말을 들었고, 음료가 담긴 컵을 들이붓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는 노동자들 증언이 담겼다.

갑질은 빈번히 이뤄졌지만 그 피해는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 응답자 97.8%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장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갑질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조치는 “고객과 분리시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는 답변이 64.7%로 가장 많았다. 갑질을 당한 피해 노동자에게 “상사가 고객에 사과하라고 했다”는 경우도 응답자 10명 중 3명(32.4%) 꼴이었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018년 4월 개정되면서 26조의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신설됐다. 사업주가 고객응대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비롯한 건강장해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노조는 “신화월드 카지노 사업주가 국내법을 무시한 채 개선요구를 외면한 결과 탈법과 불법의 아수라장이 됐다”며 “현행법에 따라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감정노동자 보호권, 노동관계법령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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