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10일 “거제에서 수년간 계약을 갱신하며 일해 온 아파트 경비노동자 두 명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해고됐는데 중노위가 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중노위를 비판했다. 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지난 6일 행정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계약 갱신기대권이란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뜻한다.

경남 거제시에 있는 S아파트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경비 일을 하다가 지난해 말에 해고된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중노위도 지난 9월 같은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아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최씨와 김씨는 각각 2016년 6월2일과 2015년 7월1일부터 일하면서 해고될 때까지 1년 기간의 근로계약서를 두 번 썼다.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에 근로기간이 명시돼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절차 없이 매번 계약이 갱신됐고, 근로계약서도 형식적으로 작성됐다”며 기간의 제한이 없는 근로자임을 주장했다. 실제 최씨는 첫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은 2016년 6월2일부터 2017년 6월1일이었지만 두 번째 근로계약서는 2019년 1월1일부터 같은해 12월31일이었다. 1년6개월간 별도의 근로계약서 없이 일한 것이다.

김씨도 2017년과 2018년에 근로계약서 갱신 없이 근무했다. 노동자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교체를 원했기 때문에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노위는 “노동자와 아파트의 입주자 갈등 등은 갱신기대권 인정에 실질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여러 번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거나 계약 갱신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익 개선과 입주민 갑질 근절을 목적으로 한 입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현장에선 부당해고와 불이익 강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불법과 편법을 바로잡아야 할 주무기관인 중노위가 낮은 노동인권 감수성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오판을 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