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페이스북 생중계 화면 갈무리

1970년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여공들은 14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과 밥 한 끼 사 먹기 어려운 저임금에 시달렸다. 50년이 지난 현재 여성노동자 처우는 이전보다 분명히 개선됐지만 월급여액 기준 2018년 성별임금 격차는 34.1%나 된다. 사회적 재난 혹은 경제위기마다 남성보다 먼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취약계층이기도 하다. 여성의 고용단절은 경력단절로 이어져, 이후 노동시장에 진출할 때 여성을 저임금·시간제 일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취약한 여성노동자 지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재난, 코로나19 위기 속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기획된 ‘전태일50주기 국제포럼’의 첫 번째 주제 “코로나19와 여성노동의 현황과 과제” 발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2층 울림터에서 진행됐다. 토론회는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이 주관했다.

“위기에 여성이 먼저 무너졌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올해 2·3분기 여성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만3천명, 4만8천명 늘었다. 남성 실업자가 같은 기간 3천명 감소, 7천명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실업자 증가 폭이 훨씬 크다. 3분기 전체 실업자 5만5천명 중 여성이 87.3%를 차지하는 셈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 전체 취업자수 31만4천명이 감소했는데, 이 중 여성이 66.9%를 차지했다”며 “비경제활동인구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3만3천명, 29만2천명 늘었다.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31만명, 21만명 늘어 여성보다 증가 폭이 적었다. 여성이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사유는 육아·가사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등교중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여성 일시휴직자는 104만8천명으로 같은 기간 남성 일시휴직자(55만9천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고용단절이 경력단절이 되고, 경력단절됐다 다시 고용시장에 진출한 여성노동자들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구조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며 “돌봄의 사회화와 돌봄 종사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의 사회화란 국가나 사회가 돌봄 책임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노조 조직화 넘어 외부 단체와 연대해야”


오랜 기간 동안 유지돼 온 성별임금 격차 해소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박현미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조직화만으로 성별 임금격차 완화는 불가능하다”며 1970년 유일한 총연맹이던 한국노총 산하 섬유노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18년 기준 남성의 노조 조직률은 16.1%로 여성 노조 조직률 5.9%를 크게 상회한다. 하지만 1978년 한국노총 산하 섬유노조 전체 조합원은 16만4천170명으로 이 중 82.4%가 여성이었다.

박현미 선임연구위원은 “섬유노조는 남자 본공이 가장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5인 가구당 소요 생계비를 기준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여자 본공의 경우 2인 가구 생계비로 요구해 남자 본공과 여성 본공 사이 평균임금 격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본공은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마친 노동자를 의미한다.

박현미 선임연구위원은 “남성이 생계부양자, 여성이 가계보조자라는 유교적인 성별분업과 노조 내 여성이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성차별적 임금교섭이 이뤄졌다”며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여성 노조 조직률 제고,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 제고, 다른 운동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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