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50주기 국제포럼 첫날인 10일 노회찬재단 주관으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오후 세션에서 박고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 노회찬 의원이 호명하며 세상에 알려진 6411번 버스. 이 버스의 새벽 첫차를 타는 노동자 10명 중 8명은 60~70대 여성으로 청소업무를 하는 노동자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이었고, 이들 월평균 임금은 117만원에 그쳤다.

노회찬재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노동존중 사회와 정치’를 주제로 주관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가 주최한 국제포럼 중 한 섹션으로 진행됐다.

재단은 그동안 6411번 버스를 이용하는 이른바 ‘투명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대안을 찾기 위해 ‘6411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프로젝트팀은 봉제·청소·돌봄·원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6411번 첫차 10명 중 8명 고령·여성·청소노동자

이날 토론회에서 신희주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6411번 버스 첫 승객 분석을 통한 청소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6411번 버스 새벽 첫차를 타는 승객 78.7%가 여성이고, 83.0%가 60대(44.7%)~70대(38.3%)이며, 85.1%가 청소업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당 출근일은 5일(72.3%)이 가장 많았고 6일(19.1%)도 적지 않았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이 64.6%로 가장 많았다. 8시간 이상 10시간 미만이 15.6%, 10시간 이상이 13.3%로 나타났다. 91.1%가 월 2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6411번 버스 첫차 출발지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으로, 영등포구와 동작구를 거쳐 강남구에 도착한다. 구로구 거주자가 53.2%로 가장 많았고, 영등포구 38.3%, 동작구 6.4% 순이었다. 최종 하차지는 서초구(29.4%), 강남구(39.9%)로 두 지역이 69.3%를 차지했다.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새벽 4시30분에서 4시50분이었다.

전체적인 청소·환경미화 노동자 현황을 산업안전보건공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정규직 26.2%, 비정규직 73.8%였다. 같은 시기 임금은 정규직 143만원, 비정규직 117만원이었다. 평균 연령은 61.1세였고, 84%가 여성이었다. 6411번 버스 첫차 승객들과 같은 거의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강남 3구에 환경미화원 일자리 4개 중 1개 집중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일자리 포털의 채용정보에서 환경미화원 분류 구인광고 2만7천81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더 흥미롭다. 강남 3구로 통칭되는 강남구·송파구·서초구에서 6천777건(25.0%)의 환경미화원 구인공고가 등록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 3구에서 환경미화원 일자리 4개 중 1개가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이 기간 동안 구인광고 일자리 74.5%는 월평균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보면, 최저임금 미만율이 2017년 69.1%, 2018년 74.8%, 2019년 82.2%, 2020년 87.3%로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95.2%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신희주 교수는 “청소업은 우리나라 150개 업종 중 여섯 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진 직종”이라며 “2010년 이후로 악화하고 있는 고용조건 개선을 비롯해 청소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노동존중 사회와 정치-노회찬과 진보정당 실천을 중심으로),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봉제노동의 현실과 공제회를 통한 조직화 방안), 박고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한국 돌봄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 강언주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원전노동자의 정치 의제화 전략)가 주제발표를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