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에 며칠을 쉽니까?” “왜 본의가 아닌 시간에 작업하십니까?” “1일에 몇 시간을 작업하십니까?”

1970년 청년 전태일은 평화시장 내 열악한 노동환경을 파악하려 재단사·미싱사·시다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평화시장 노동자의 하루 평균 작업시간이 14시간에 달했다는 사실, 대부분이 신경성 소화불량·신경통을 달고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0년이 흐른 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요새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8.2일의 휴일을 보장받고 하루 평균 8.05시간을 근무했다.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직장갑질119가 9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규직은 600명, 비정규직은 400명이 응답했다. 전태일 열사가 했던 설문조사 문항을 현실에 맞게 바꿔 물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정규직 67.7%는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답했지만 비정규직은 66.8%가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정규직 21.3%와 비정규직 28%는 한 달에 8일 미만으로 쉬고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 572명, 비정규직 239명이 하루 8시간 이상 일한다고 대답했는데, 이유는 달랐다. 8시간 이상 근무한 정규직 60.7%가 “일이 바빠서”라고 답한 반면, 비정규 노동자는 49%가 “수당(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노동시장이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탓에 8시간 동일한 시간을 근무해도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비정규직은 스스로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더라도 더 많은 수당을 받으려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비정규 노동자 고통은 권한과 이윤만 챙기고 책임지지 않는 원청 사업주에게 사용자책임을 지게 하고 기간제 등 불안정고용의 남용을 막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해야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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