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보건복지지부

“상담에는 무조건 시간이 필요해요. 자살 상담전화의 경우 필요하면 경찰에 연계해 주소를 알려 주고 출동하라고 합니다. 아동학대와 정신질환 상담도 기관과 연계하고요. 상담을 신청한 사람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들 수밖에요. 그런데 실적을 콜로만 평가하다니요?”

양주희 보건의료노조 보건복지지부 부지부장이 8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토로했다.

양 지부장이 일하는 보건복지상담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콜센터다. 노동자들은 ‘희망의 전화’ 12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다.

센터는 자살·노인 학대 예방·정신건강 상담을 24시간 운영한다. △출산·보육·아동, 노인과 장애인복지, 보건의료, 사회복지서비스 및 재난 시기 긴급 구호와 관련된 정보 제공 △보건복지 제도 건의, 불만 같은 민원처리·정책상담도 한다.

자살 상담 전화 오면 보통 30분
피크타임 상담자 66% 통화도 못해


상담센터 노동자들은 모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상담사 중 매년 30%가 퇴사하는 이유다.

양주희 부지부장은 “단일급제라 기본급이 똑같다”며 “15년을 근무한 사람도 아직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양 부지부장은 “국민에게 복지 제도를 설명해 주는 역할을 우리가 대신하고 있는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과급 제도가 있기는 하다. 보건복지부는 콜수와 콜 시간을 월별·분기별 성과급에 반영한다. 그런데 문제는 콜수를 올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콜에 대한 응답률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에 걸려오는 전화 수는 평균 7천103건으로 하루 중 가장 많다. 같은 시간대에 자살신고 접수 20%가 몰리는 탓이다. 이 시간대 응답률은 34%에 불과하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에 전화를 건 10명 중 6명 이상은 상담사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얘기다.

자살예방 위기대응 콜 번호는 매시간 8~9명의 상담사가 대응하고 있다. 육아휴직자 2명을 포함해 42명의 노동자가 있다. 팀장과 관리 직원을 빼면 37명의 직원이 4조3교대로 돌아가며 전화를 받는다. 위기대응팀에서 근무하는 김슬기 지부 선전부장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쉽게 접근하지 못해 보통 30분을 상담하고, 통화상담이 끝난 후 15분간 상담이력을 쓴다”며 “응대율 압박이 오다 보니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에 이력을 정리한다던가 통화 중에 상담이력을 정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응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휴게시간을 빼앗기거나 상담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노동자들 기본급 인상 요구, 쟁의행위 준비

지부와 보건복지부와의 올해 임금·단체교섭은 지난달 29일 결렬됐다. 지부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점심시간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92.6% 찬성률로 가결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노사 쟁점은 기본급 인상이다. 지부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서 운영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걸 이해하지만, ‘기재부가 허가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상담센터 관계자는 “기재부의 2020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 의해서 예산이 정하는 대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지침에 따라 기본급이 인상됐다”며 “노측의 기본급 추가인상 요구 등은 기재부 지침에 위배되며 센터가 할 수 없는 사항임을 노조측과 협의시에 알려 드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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