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고용안정을 외면하는 JT저축은행을 비판하고, 금융위원회에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촉구했다. <이재 기자>

“JT저축은행 본사는 물론 금융위원회 앞과 사모펀드 업체 앞에서도 투쟁하겠다.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지회장 이진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올해만 3번째다.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달 30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전문금융투자기업 VI금융투자㈜를 선정했다고 기습발표했다. VI금융투자는 파생상품 투자 증권사로, 지난해 1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와 홍콩 해천국제증권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뱅커스트릿이 JT저축은행을 우회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 대금은 최소 1천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진한 지회장은 사용자쪽이 밀실 매각을 추진하면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엔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밀실 매각을 추진하던 사용자쪽이 지난 9월 고용안정을 위한 실무교섭을 요구해 5차례 만났으나 지난주까지 매각 상황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그러다 돌연 매각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계약까지 체결을 마친 상황에서 노조에는 ‘모르쇠’로만 일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쪽이 입을 다물면서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 실무교섭도 소득 없이 끝났다.

이 사이 경영진은 고용안정협약 체결 없이 노동자에게 1개월치 매각 위로금을 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27일 JT저축은행 일본인 전무이사가 사내공지로 동종업계 지급사례를 나열하면서 JT저축은행 노동자에게도 매각 위로금을 주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고작 1개월치 월급을 얹혀 주면서 고용안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된 기업이냐”고 꼬집었다.

J트러스트는 지난 2015년 SC그룹으로부터 500억원에 JT저축은행(당시 SC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업계 최저 수준의 저임금 정책과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비율을 유지하면서 이윤을 불렸다. 그러다 최근 J트러스트가 인도네시아 해외사업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매각에 나섰다.

이재진 노조 위원장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면서 노동자의 피땀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노조를 무시한 J트러스트가 매각 위로금만 주면 된다는 천박한 자본의 인식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인수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뱅커스트릿이 똑같은 모습을 답습할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인수의 마지막 절차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엄격히 진행해 노조가 3개월 넘게 요구한 약탈자본 사모펀드의 서민금융기관 인수를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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